[프로농구]허재 ‘서른여덟의 희망’

  • 입력 2002년 11월 8일 17시 59분


현역 최고령 선수인 허재가 원주 숙소인근의 한 찜질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차례씩 찜질방을 찾아 피로를 풀며 동네 주민들과 정담을 나누는 것은 허재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원주〓김상호기자
현역 최고령 선수인 허재가 원주 숙소인근의 한 찜질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차례씩 찜질방을 찾아 피로를 풀며 동네 주민들과 정담을 나누는 것은 허재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원주〓김상호기자
허재(TG 엑써스)에 대해 새삼스러운 설명이 필요할까.

80년대와 90년대 농구코트를 지배한 불세출의 스타. 용산고 중앙대 기아 등 그가 가는 팀은 으레 정상에 올랐고 그에겐 ‘우승의 보증수표’란 자랑스런 훈장이 따라 다녔다. 농구 천재, 농구 9단…. 어떤 수사도 그의 출중한 기량을 나타내기엔 늘 부족했다.

그러던 허재가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이 5년전 기아(현 모비스) 시절. 내년이면 서른아홉이다. 다른 선수 같으면 벌써 은퇴했을 나이. 주위에선 프로농구 최고령으로 여전히 코트에 남아있는 그를 두고 “명예롭게 은퇴할 시기를 놓친 것은 허재 개인의 불행 뿐 아니라 한국농구의 손실”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허재는 여전히 코트를 누비고 있다. 올 시즌 그의 투혼은 유난히 빛난다. 까마득한 후배들과의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가 하면 코트 밖에선 “우승이 목표”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무엇이 허재를 아직 코트에 붙들어놓고 있는 걸까.

TG 홈구장이 있는 원주의 한 찜질방에서 허재를 만났다. 신경성 두통에 축농증까지, 지금 허재의 몸 상태는 말이 아니다. 허재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매주 두차례씩 찜질방을 찾는다. 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재미도 있다.

-몸 관리는 어떻게 하나

“한약을 꾸준히 먹고 있다. 올 들어 몸이 예전같지 않다. 이 때문에 ‘밑빠진 독’ 소리까지 들었던 술도 시즌 중에는 안 마신다.”

-정말 우승하기 전에는 은퇴하지 않을 각오인가.

“우승이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건가. 누군가 10년에 한번 우승하면 성공이라고 하더라. 올해 다시 운동에 매진하는 것은 내가 살아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김)주성이가 우리 팀에 온 뒤 우승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 것은 사실이다.”

-우승할 자신이 있다는 얘기인가.

“주성이는 아직 미완성이지만 자질이 있다. 내년 쯤이면 국내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고 주성이를 위해서도 함께 우승하고 싶다. 그 때가 바로 내가 은퇴할 시기다.”

-어떤 일이든 알면 알수록 더 어렵다고 하는데….

“올해로 농구공을 잡은 지 27년째다. 농구란 변수가 많은 운동이다. 그렇지만 할수록 어렵다기 보다는 매력을 느낀다. 이제는 농구를 알만한데 문제는 체력이다.”

-시즌 중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가.

“이미 체질화됐고 가족들도 익숙해져 있다. 숙명이라고 생각한다.(현재 부인과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짜리 두 아들이 경기도 분당에서 살고 있다)”

허재는 사실 지난 시즌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주성의 입단으로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 그는 우승 뒤의 영광스러운 퇴장을 꿈꾼다.

올 시즌 그는 경기당 24.85분을 뛰며 8.3점 6.3어시스트를 기록중이다. 어시스트 4위, 가로채기 11위에다 팀은 공동 1위. 허재는 여전히 살아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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