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부자만들기]합리적으로 돈벌게하고 퇴직이후 준비

  • 입력 2002년 10월 28일 19시 37분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 사는 브레트 하트(15)의 ‘재산 목록 1호’에는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개인연금 가입서도 들어 있습니다. 몇 해 동안 아버지의 가게 일을 돕고 받은 8416달러를 최근 연금에 예치했는데 연 7%의 복리인데다 비과세여서 은퇴할 무렵에는 25만달러의 거금을 받을 꿈에 부풀어 있지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퇴직 이후를 준비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개인연금(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에 가입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지요. 여러 종류의 개인연금 가운데 98년 저소득층을 위해 도입된 ‘Roth IRA’는 미성년자도 가입할 수 있어요(우리나라의 개인연금은 만 18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 가입자는 지난해에만 두 배가량 늘었고 현재는 90만3000여명에 이른다네요.

WSJ는 “돈을 버는 아이들은 예금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상품에 관심을 갖는다”며 “최근 들어 Roth IRA가 아이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반연금에 가입하면 불입금은 소득공제를 받지만 연금을 받을 때는 이자에 세금을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Roth IRA’는 소득공제를 해주지 않고 대신에 이자를 비과세하기 때문에 소득공제를 받을 게 별로 없는 미성년에게 유리하지요. 쉽게 해지할 수도 있어 대학 학비를 낸다든가 집을 살 때는 페널티 없이 찾을 수 있습니다.

재미난 점은 모든 미성년자가 누구든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반드시 자신이 돈을 버는 경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제 어떻게 벌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뿐 아니라 돈을 번 내용도 ‘합리적 수준’이어야 한다네요. 예를 들어 ‘애완용 강아지를 돌본 대가로 3000달러를 받았다’ 등은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집에 페인트를 칠하거나 남의 집 잔디를 깎는 등의 노동은 인정됩니다.

어린 자녀를 가입시키기 위한 부모들의 노력도 적지 않습니다. 만 42개월 된 엘리라는 소녀도 2000달러를 예치했는데 돈을 번 방법은 ‘아버지가 쓴 책의 표지모델료’입니다. 이 소녀의 아버지는 “엘리가 67세가 되면 100만달러를 받게 될 것”이라며 흐뭇해 합니다.

개인 재무관리 전문가들은 Roth IRA의 장점으로 자녀에게 두둑한 연금 보따리를 안겨 줄 뿐 아니라 장기저축과 같은 금융시스템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을 꼽습니다.

뮤추얼펀드의 매니저인 캐리 쿠퍼는 “한 은퇴 노인은 규칙적으로 손자손녀를 데려와 연금을 입금시키고 계좌를 확인시킨다”며 “이보다 더 좋은 경제교육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많은 부모들이 돈벌이를 시작한 자녀에게 Roth IRA를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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