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연쇄저격사건]美 ‘저격 비상령’ 비웃은 또 1발…

  • 입력 2002년 10월 10일 17시 57분


미국 버지니아주 경찰과 연방수사관들이 총에 맞아 옆 유리가 깨진 트럭을 살펴보고 있다. - 마나사스로이터연합
미국 버지니아주 경찰과 연방수사관들이 총에 맞아 옆 유리가 깨진 트럭을 살펴보고 있다. - 마나사스로이터연합
미국의 수도 워싱턴 주변에서 2일부터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무차별 저격사건으로 이 일대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9일 오후(현지시간) 또 다시 저격사건이 발생해 남자 1명이 숨졌다.

미국 버지니아주 경찰은 9일 오후 8시15분경 워싱턴 서쪽 50㎞ 지점인 프린스윌리엄카운티 마나사스의 고속도로에 인접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던 남자가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피격사건이 이전의 무차별 저격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피살자의 신원 등 자세한 사건 경위도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격자는 총격이 일어난 후 두 명의 남자가 이 주유소 인근에 머물던 흰색 트럭 혹은 밴에 올라탄 뒤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편 메릴랜드주 경찰은 7일 오전 프린스조지스카운티의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13세 소년 저격 현장으로부터 135m 떨어진 잔디밭에서 탄피와 함께 발견된 ‘태로카드’(트럼프카드의 일종)에 적힌 메모를 범인이 쓴 것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미국인 등이 점을 치는 데 주로 쓰는 태로카드 22장 가운데 ‘죽음의 카드’라 불리는 1장이 이곳에서 발견됐으며 ‘친애하는 경찰관에게-나는 신이다’라는 육필 메모가 씌어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옆에 떨어져 있던 탄피는 2일 이후 피살자들의 몸에서 나온 223캘리버 탄환의 탄피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카드와 메모가 누군가의 장난일 수도 있지만 범인의 것일 경우 심리상태 등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필적과 지문, DNA, 카드출처 등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

범죄 전문가들은 1970년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에서 한 안과의사 가족을 살해한 범인의 경우 등 이전에도 살인현장에서 태로카드가 발견된 사례가 있었다며 범인이 경찰을 조롱하고 추가 저격을 예고하기 위해 놓아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일부터 9일까지 워싱턴 인근인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의 카운티들에서는 모두 10건의 저격사건이 일어나 7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주유소에서 일어난 사고가 3건, 주차장에서 일어난 사고가 2건이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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