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응원단-남한 서포터스 “우리는 형제 아이가”

  • 입력 2002년 9월 29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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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응원단원들이 28일 창원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북한과 홍콩의 축구경기 도중 선수들의 플레이에 탄성을 울리고 있다.  창원=특별취재반
북한 응원단원들이 28일 창원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북한과 홍콩의 축구경기 도중 선수들의 플레이에 탄성을 울리고 있다. 창원=특별취재반

“통∼일조국.”

“잘한다. 잘한다. 우리선수 잘한다.”

북한과 홍콩의 남자축구 F조 첫경기가 열린 28일 창원공설운동장에서는 남과 북이 하나되는 함성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이날 오전 다대포항을 통해 들어온 북한 응원단 300여명이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전을 펼쳤고 북한선수단 서포터스인 ‘아리랑응원단’ 1000여명도 이들과 하나돼 북한의 선전을 위해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경기시작 15분전인 오후 6시45분. 북한 응원단이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내자 스탠드의 팬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로 환영했다. 북한 응원단은 밝은 모습으로 손과 인공기를 흔들었고 “반갑습니다”를 외치며 본부석 오른쪽 스탠드에 자리를 잡았다.

북한 응원단은 자리에 앉자 마자 취주악대가 연주로 분위기를 띄웠다. 북한 응원단은 북한팀이 잘 싸울 때 함성을 외치고 ‘딱딱이’를 열렬히 흔들었다.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잘한다. 잘한다. 우리 선수 잘한다”를 ‘3-3-7박수’리듬에 맞춰 환호했다. 또 취주악대는 ‘반갑습니다’ ‘휘파람’ ‘우리는 하나’ ‘응원가’ ‘아리랑’ ‘고향의 봄’ 등을 연주하며 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한 응원단과 반대쪽 대각선쪽에 자리를 잡은 아리랑응원단은 거리는 떨어져 있었지만 마음은 하나로 응원했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반갑게 맞이한 아리랑 응원단은 통일을 염원하는 각종 문구를 그려넣은 플래카드와 깃발 등을 흔들며 열띤 응원전을 전개했다.

‘통일의 꿈은 이루어진다’, ‘하나되자. 하나되어 세계를 흔들자’, ‘코리아팀 파이팅’, ‘코리아팀 파이팅’, ‘민족의 자랑’, ‘반갑습니다’, ‘우리가 넘이가 우리는 형제 아이가’ ….

아리랑응원단은 월드컵때 전세계를 감동시킨 ‘대∼한민국’ 구호를 ‘통∼일조국’으로, ‘오∼필승 코리아’를 ‘오∼피스 코리아’로 바꾸어 외쳤다. 또 ‘우리의 소원은 통일’, ‘반갑습니다’ 등 남북이 하나되기를 기원하는 노래를 불렀다. 북한선수들이 선전할 땐 경기장이 떠나가는 함성을 외쳤다.

남과 북은 파도타기로 하나가 되기도 했다. 아리랑 응원단이 파도타기를 시작해 북한 응원단에 이르자 일제히 일어나 파도타기에 동참했고 곧이어 직접 북한 응원단이 파도타기를 시작해 아리랑 응원단으로 보냈다. 이에 스탠드를 채운 팬들은 함성과 박수를 쏟아내며 경기장에서 이루어진 ‘남북통일’에 감격해 했다.

하지만 경기장내에도 남과 북을 가르는 ‘38선’은 있었다. 경찰과 국정원 등 안전통제본부측은 안전상의 이유라며 아리랑 응원단을 북한 응원단과 가장 먼 곳에 자리를 배정했다. 또 본부석 오른쪽에 자리잡은 북한 응원단 주변에는 경찰과 국정원 요원 등 보안당국에서 2중3중으로 겹겹이 이들을 둘러싸 이곳을 찾은 시민은 물론 취재진의 접근도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의 응원단은 경기장에서 하나됐고 2-1로 승리한 북한 선수들이 아리랑응원단에 먼저 달려가 손을 흔들며 답례해 ‘하나된 남북’을 다시 한번 느끼며 남북이 함께 한 응원전은 막을 내렸다.

이날 선제골을 터뜨린 북한의 한성철은 “남북한 전인민 7000만이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이 신심을 다해 뛰었다. 역사적이 날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창원〓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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