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특구 초대장관 양빈회견]“신의주에 증권거래소 만든다”

  • 입력 2002년 9월 27일 23시 20분


북한의 신의주 특별행정구 양빈(楊斌·사진) 초대 행정장관 겸 어우야(歐亞) 그룹 회장은 27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외곽의 허란춘(荷蘭村) 본관건물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견에는 중국 한국 일본 등 내외신 기자 50여명이 참석했으며 40여분간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의주 특구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

“완전히 자유로운 사유화된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 것이다. 사람들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9월30일부터 비자도 면제할 것이다. 수출입면에서 완전 면세구역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보세구역이 될 것이다. 투자금액의 대소와 투자자의 신분에 차별을 두지 않을 것이다. 소득세는 14%가 될 것이다. 구미 국가와 공정한 법률을 마련할 것이다. 판사는 유럽인으로 하고 경찰국장도 중국과 북한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으로 할 것이다. 완전히 공정한 경쟁체제라야 돈을 벌 수 있다.”

-한국기업에 대해 어떤 차별은 없는가.

“완전히 평등하게 대우할 것이다. 한국사람이라고 해서 특별히 우대하거나 차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기업이 투자하게 되면 언어적으로 유리한 점이 있다. 북한근로자들을 쓸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가장 큰 투자자가 될 것이다.”

-한국에 갈 용의는 있는가.

“10월7일 한국에 갈 것이다. 한국 기업인을 만날 것이다. 앞으로 특구에 한국 공업단지를 건설할 것이다. 한국인의 생활습관을 존중하며 자본주의제도를 누릴 수 있게 할 것이다. 한국인이 집에 있는 것과 똑같이 느끼도록 하겠다.”

-일본에 갈 계획은 없는가.

“현재 일본에는 인력과 자연자원이 부족하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은 풍부하다.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하게 되면 중국과 일본의 관계도 좋아질 것이다. 일본이 과거 중국을 침략한 것도 동북아 경제공동구역을 만들려 한 것이다. 일본 중국 한국 등 동북아 3국은 아시아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며 3시간이면 3국을 모두 갈 수 있다. 남북한간에 고속도로가 연결되면 선양에서 일본 도쿄(東京)까지 10여시간이면 된다. 이제 나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동북아 경제공동발전구역을 만들 것이다.”

-신의주 특구 장관의 권한은 무엇인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준 132㎢의 지역에 대한 행정관리 권한이다. 외교와 군사를 제외한 모든 권리가 특구에 있다. 최종 재판권도 갖는다.”

-중국 중앙정부와 랴오닝성, 단둥(丹東)시에서 신의주 특구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김 위원장이 나를 선택한 것은 내가 네덜란드 국적의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은 공동 이익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지할 것이다.”

-특구 장관이 된 뒤 어우야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네덜란드 빌리지(허란춘)에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해 위탁 관리할 것이다. 내가 특구 장관이 됐다는 것은 내가 합법적이기 때문이다. 토지를 불법적으로 이용했다면 장관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 북한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갖고 있다. 어릴 때부터 북한을 신비롭게 생각해 왔다. 북한을 다녀온 이후 많은 감동을 받았으며 그들의 어려움을 많이 동정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렵게 살아왔다. 늘 밥을 배불리 먹고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고 싶었다. 내가 직접 북한에서 느낀 점이라면 밖에서 이해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다. 그들을 도와 농업을 발전시키고 싶다. 경제특구 지정은 북한에서 개혁 개방의 첫 걸음이다. 실패할 수가 없다. 나의 짐은 굉장히 무겁다.”

-김 위원장이 당신을 왜 신뢰한다고 생각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이 믿음이다. 1년 넘게 북한과 교제하면서 중국인의 소박한 마음을 북한에 가져갔다. 나의 사심 없는 행동을 믿어주었다. 북한의 개혁 개방은 양빈이라는 개인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이다. 외국인을 장관으로 선택한 것은 한국도 안되고, 미국은 적대적인 관계이고, 유럽은 친근하기 때문이다. 마침 내가 네덜란드 국적의 중국인이라 선택된 것 같다.”

-경제특구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공업 과학기술 관광 금융 무역의 중심지로 만들 것이다. 홍콩은 자유무역지대이지만 문턱이 높다. 신의주는 홍콩보다 더 개방된 체제가 될 것이다. 현재 세계에는 여유자본이 많다. 홍콩에 가지 않고 신의주에 갈 수 있다. 신의주에 증권거래소도 설치할 것이다. 중국의 중소기업을 상장시켜 신의주 경제를 활발하게 할 것이다.”

-9월30일부터 신의주에 무비자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는데 절차는 어떻게 되나.

“외국인은 완전히 비자가 면제된다. 한국인도 여권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다. 어떤 여권도 가능하다.”

선양〓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기자회견 이모저모

양빈(楊斌) 북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 겸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은 예정됐던 시간을 조금 넘겨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신의주에서의 외신기자 회견 때와 똑같이 흰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양 장관은 40여분간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고도 없이 자신만만한 태도로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키 167㎝ 정도에 검은 얼굴의 쌍꺼풀이 진 전형적인 중국인 얼굴이었다.

양 장관은 회견에 앞서 “나는 오늘 신의주 특구 장관의 신분으로 만난 것이 아니라 어우야그룹 회장의 신분으로 만난 것”이라면서 “많은 언론들이 인터뷰를 요청해 개인적으로 이들을 다 만날 수 없어서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서두를 꺼냈다.

그는 “신의주 특구는 김정일(金正日) 장군이 창립한 것이며 나는 그 분이 선택한 사람”이라면서 “나는 어릴 때 가난해 밥을 배불리 먹고 고기를 한 점이라도 더 먹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장관은 알려진 대로 1963년생으로 석사학위가 있으며 75억위안의 재산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나는 먼 곳에서 왔으니 무슨 문제든지 자유롭게 물어보라”면서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상체를 끄덕이면서 축농증이 있는지 킁킁거리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양 장관은 김 국방위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질문에는 “나는 어릴 때부터 애국주의와 국제주의의 두 가지 교육을 받았다”면서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 그를 이해한다”고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가 “한국인도 30일부터 비자없이 여권만 있으면 한국에 갈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이 집중적으로 묻자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으로서 확인하는 것”이라면서 거듭 확인해 줬다.

기자들이 “입국 수속을 밟을 수 있는 사무실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여권만 있으면 단둥(丹東)에서 압록강 철교를 통해 바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파격적인 발언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두들 의문이 가시지 않는 표정들이었다.

선양〓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