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현장에서]한국선수단 ‘역차별’ 분통

  • 입력 2002년 9월 25일 17시 45분


‘주인과 손님이 바뀌었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한 한국선수단이 역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 25일 현재 수영과 체조 등 331명의 선수가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선수촌에 입촌한 상태지만 조직위의 무성의한 대응으로 훈련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선수들이 불편을 느끼는 대표적인 경우는 식사와 수송 문제. 부산아시아경기대회는 44곳의 훈련장이 부산 뿐만 아니라 울산 창원 양산 김해 등지에 산재해 있지만 조직위는 경기가 있는 날이 아니면 식사는 선수촌내 식당에서만 가능하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 이외의 지역에서 훈련을 하는 선수단은 점심을 현지 식당에서 사먹을 수 밖에 없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울산으로 출퇴근하고 있는 북한 탁구 선수단이 훈련 첫날인 24일 점심을 거를 수밖에 없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수송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조직위는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단은 셔틀버스를 타도록 했다.

그러나 셔틀버스는 배차 시간이 많게는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데다 선수들의 훈련이 끝날 때쯤인 오후 늦게는 그나마 배차조차 되지 않고 있다. 또 요트의 경우는 대형 장비를 싣고 오가야 하는 형편이지만 차량 통과증조차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23일 셔틀버스를 기다리다 못해 택시를 타고 선수촌으로 들어왔던 수영의 심민 경영코치는 “대회를 코앞에 두고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최우선인데 국내에서 이런 황당한 경우를 당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외국선수에겐 자원봉사자들이 붙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지만 정작 한국 선수단은 한국말을 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일부 종목에선 퇴촌 의사까지 밝히고 있는 상태. 요트의 박기철 코치는 “입촌전에 묵었던 요트 경기장 앞 숙소가 훨씬 낫겠다”고 밝혔다.

반면 7대의 전세버스를 배정받은 북한 선수단은 교통경찰이 선도하고 국가정보원의 경호요원이 동석하는 등 지나칠 정도로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선수단은 “우리 선수들이 특별 대우를 받자는 게 아니다. 정작 홈팀인 한국선수들은 기본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조직위에 직격탄을 날렸다.

부산〓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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