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병풍 공작의혹 제보자 테러 당했다"

  • 입력 2002년 9월 24일 18시 29분


민주당 천용택(千容宅) 설훈(薛勳) 의원, 박영관(朴榮琯) 서울지검 특수부장검사가 김대업(金大業)씨와 ‘병풍(兵風)’공작을 협의했다고 한나라당에 제보한 선호형씨(25)가 23일 괴한에게 납치돼 테러를 당했다고 24일 한나라당이 주장했다.

▽한나라당 주장〓당 김대업정치공작진상조사단은 “23일 오후 3시반경 서울 강남의 D콘도 숙소에서 담배를 사러 밖으로 나온 선씨가 신원미상의 남자 2명에 의해 차량 안으로 납치됐다가 30여분 만에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선씨를 납치한 두 사람은 “한나라당에서 얼마를 받았느냐”며 협박을 하다가 김대업씨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선씨와 통화를 시켜줬고 김대업씨는 “한나라당에서 받은 돈의 두 배를 줄테니 홍준표가 시켜서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라”고 회유했다고 조사단은 주장했다.

조사단은 또 “선씨는 김대업씨와 통화가 끝난 뒤 폭행을 당했으며 괴한들은 당시 선씨가 통화한 홍 의원 보좌관 및 당 사무처요원의 번호 등 통화목록을 제시하며 번호의 신원을 캐물었다”고 주장했다.

▽선호형씨 증언〓선씨도 이날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있는 대로 얘기했을 뿐이며 검찰이 소환하면 김씨와 대질도 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공개증언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측에 증언한 ‘병풍 협의’ 주장에 대해 “왜 김씨에게 듣지도 않은 말을 들은 것처럼 얘기하겠나”라며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씨와의 전화통화에 대해 “김씨가 ‘어떤 ××냐’고 물어 내가 ‘서울구치소에서 봤던 선호형인데 모르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김씨가 ‘한나라당에서 얼마를 줬기에 그 짓을 하고 다니느냐. 내가 두 배까지 주겠다’고 말했다. 한 1분40초 정도 통화했는데 김씨가 일방적으로 거의 욕만 하다 끊었다”고 주장했다. 선씨는 그 후 괴한으로부터 뺨과 무릎을 맞았다고 말했다.

▽김대업씨 부인〓그러나 김씨는 한나라당과 선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선씨와의 전화통화에 대해 “23일 기자들에게만 알려준 휴대전화로 모르는 사람이 먼저 전화를 걸어 나를 찾았다. 이쪽에서 전화할 테니 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뒤 그쪽에서 알려준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더니 다른 사람이 나와서 ‘서울구치소에서 봤던…’ 등의 이상한 말을 하기에 ‘한나라당의 사주를 받은 것 아니냐’고 소리치자 저쪽에서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씨는 알지도 못하고 협박이나 회유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구치소장 증언〓김씨와 선씨의 관계에 대해 임복재(任福宰) 서울구치소장은 24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춘천교도소에서 이감된 선씨가 지난해 9월13일부터 같은 달 21일까지, 같은 해 10월15일부터 올해 1월14일까지 김씨와 함께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다”며 “두 사람은 23차례 서울구치소에서 검찰로 함께 출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소장은 두 사람이 같은 동(棟)에 있지는 않았으며 호송차에서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한편 김씨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기결수로 93일간 서울구치소에 수용돼 있으며 38회에 걸쳐 서울지검 특수1부와 형사1부로 출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또 지난해 4월6일부터 올 3월31일까지 일반인과 79회, 변호인과 30회 접견했고 지난해 4월28일과 5월19일에는 특별접견을 했다고 서울구치소측은 밝혔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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