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민한 북한 탁구

  • 입력 2002년 9월 24일 17시 38분


“시간이 얼마나 걸렸습니까? 오느라 고생했죠.”

“그런 건 운전사에게 물어보라우요.”

24일 낮 울산 동천체육관. ‘금맥’인 때문일까. 북한여자 탁구 선수단이 첫 훈련을 한 이 곳엔 체육관의 활기보다는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박만일감독과 이형일코치를 비롯한 지도자 3명과 여자선수 5명은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전 11시 도착하기 무섭게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 한 채 체육관 문을 걸어잠궜다.

북한 일부 종목의 선수단이 취재진에게 체육관을 개방하거나 최소한 감독이라도 얼굴을 보여준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조직위측은 “북측에서 원하지 않는 한 취재진을 들여보낼 수 없는 게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여자 탁구에서 에이스 김현희와 김향미가 이끄는 복식과 단체전의 강력한 우승후보. 또 워낙 탁구가 예민한 운동이어서 언론의 공세에 시달리다가는 훈련에 지장 받을 것을 우려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대표팀의 이유성 감독이 “세계 정상급의 수준을 갖춘 북한이 참가를 결정함으로써 이제 내 코가 석자가 됐다”는 넋두리를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

하지만 오전 10시부터 이들의 훈련이 끝난 오후 1시까지 하염없이 체육관 앞에서 기다려야 했던 취재진의 입장에선 ‘아무리 그래도 훈련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 간단히 연습하는 장면이라도 남녘 동포들에게 공개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울산〓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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