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가배당제 활성화하면 투자 늘까”

  • 입력 2002년 9월 17일 17시 45분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16일 “시가배당제를 활성화해 배당을 기대하는 중장기 투자자를 유인해 증시 기반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증권가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시가배당제란 기업이 배당을 얼마나 하는지를 액면가가 아닌 시가(시장주가)를 기준으로 나타내도록 하는 제도.

주가가 5만원인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에 주당 1000원을 배당할 경우 액면가를 기준으로 하는 배당률은 20%나 되지만 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배당수익률은 2%에 그친다.

배당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배당수익률이다. 11월말 A회사 주식을 5만원에 사서 한달간 갖고 있다가 연말 배당(수익률 2%)을 받은 뒤 5만원에 팔았다면 연간 투자수익률은 배당수익률 2%를 연간으로 환산한 24%이다. 금리가 낮을 때는 주가가 많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목돈을 두달간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배당투자를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시가배당제는 이처럼 은행 금리와 주식투자 수익률을 정확히 비교해 투자 판단을 하도록 도와준다. 아울러 어느 기업이 주주들을 잘 챙기는지 금세 드러나기 때문에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도록 하는 압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올해부터 상장 및 등록 기업들이 제출하는 연간 및 반기 사업보고서에 배당률과 배당수익률을 함께 적어내도록 관련 규정을 이미 바꾼 상태.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이 위원장의 말은 ‘기업들이 배당 공시를 낼 때 투자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는 배당률 수치를 빼고 배당수익률 수치만 알리도록 하자’는 얘기인 것 같으나 그렇게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증권가에서는 시가배당제를 활성화하더라도 증시기반 확충이라는 과제를 풀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국내기업들이 배당을 꺼리는 더 중요한 이유는 배당 관련 세제가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는 최대주주에게 유인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행 세법상 주요 기업의 대주주들은 배당금의 39.6%(금융소득종합과세 최고세율)를 세금으로 떼인다.

최근 증권가에서 배당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이는 주가가 약세일 때마다 나타나는 일시적인 흐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거래소 상장기업 배당수익률 (단위:%)
결산연도배당수익률
19971.9
19981.7
19990.7
20001.8
20012.2
※주:배당수익률=배당금/주가*100 자료:증권거래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