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쪼르릉 쪼르릉~ 와아, 작은새다!

  • 입력 2002년 9월 17일 17시 10분


□작은 새가 온 날 이웃에 온 아이 / 이와사키 치히로 글 그림 /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만3세~초등2학년)

일본의 저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이와사키 치히로(1918∼1974)는 평생의 예술적 테마를 ‘어린이’로 삼고 동양의 수묵화법과 서양의 수채화법을 조화시킨 독특한 화풍으로 그림책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가. 그녀의 뛰어난 창작그림책 2권이 사후 28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 나왔다.

1973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그래픽상 수상작인 ‘작은 새가 온 날’은 잡다한 설명을 생략한 채 어린 소녀의 짧은 독백과 단순하지만 깊이가 배어나오는 수묵채색화로 이어진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작은 새. 소녀는 예쁜 노래를 부르는 그 작은 새와 함께 있고 싶지만 새장에 갇힌 새는 소녀를 외면하고 다른 쪽만 쳐다볼 뿐이다. 아이는 결국 새를 날려보내는데…. 시무룩해진 소녀에게 그 작은 새가 친구 새들과 함께 다시 찾아온다.

‘이웃에 온 아이’는 시적인 첫 번째 책과는 달리 아이들의 독특한 행동과 심리를 은은한 파스텔톤으로 묘사한 작품.

어느날 이웃집에 이사를 온 사내아이. 옆집에 사는 여자아이와 이제 막 이사를 온 아이는 서로 친구가 되고 싶지만 좀처럼 친해지는 계기를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두 아이가 키우는 강아지들은 만난 날 바로 친구가 되고 사이좋게 뛰어다니고…. 마침내 두 아이는 싫은 소리를 하면서도 서로 관심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모두 6권으로 출간될 예정인 치히로 아트북은 특히 그림이 아름답다. 출판사에서는 원작 특유의 색감과 질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특별히 일본에서 인쇄를 했다.

치히로의 작품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 까닭은 저변에 깔려있는 사상성 때문이다.

일본 도쿄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치히로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원치않던 결혼이었기 때문에 사랑할 수 없었던 첫 번째 남편의 자살은 그녀에게 큰 충격이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한 사람을 깊이 상처 입혔다는 죄의식은 그녀를 내내 괴롭혔다.

정치적으로 일본 제국주의가 주변국에 가한 상처에도 그녀는 예민했다. 그녀는 일본 공산당에 입당해 인민신문의 기자로서 ‘노동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화가가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붓을 들었고 이후 어린이를 테마로 삼아 인간에 대한 사랑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녀의 그림에는 인생의 혹독한 시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인간애가 녹아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마음을 푸근히 감싸주는 힘이 느껴진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