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조원 국책사업 이 모양이라니

  • 입력 2002년 9월 9일 18시 08분


김대중 정권 들어 시작된 국책연구사업인 ‘21세기 프런티어사업’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10년 동안 3조4000억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는 국책연구사업을 둘러싸고 연구사업단장이 불공정하게 선정되었다든지, 낙하산 인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21세기 프런티어사업의 연구사업단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수백명의 연구자들에게 1000억원의 연구비를 나눠주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해당 분야의 연구에 정통하고 연구비를 공정하게 집행할 수 있는 과학기술계 인사가 선정되어야 한다.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가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5월 과학기술부가 9명의 사업단장을 선정할 때부터 잡음이 흘러나왔다. 사업단장에 응모한 인사 중에서 대학 교수들은 대부분 떨어지고 정부출연 연구기관 간부들이 거의 독차지하자 일부에서 심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이번에는 과학기술부가 평가위원들의 견해를 무시하고 자체적으로 평가해 사업단장을 선출했다는 민주당 박상희 의원의 주장까지 나오고 보니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만에 하나 과학기술부가 특정 인사를 사업단장에 선정하도록 의도적으로 개입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과기부는 평가점수보다는 관리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사업단장을 선정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산하기관이나 다름없는 출연연구소 간부들을 내세워 연구사업을 통제하려고 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의혹을 밝히지 않고서는 이 사업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차원의 연구개발사업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못하면 과학기술자들의 연구의욕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업 자체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면 이 사업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엄청난 연구비를 부실한 연구사업에 지원하느니 차라리 이재민을 먼저 도우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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