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물에 빠진 공군 전투기

  • 입력 2002년 9월 4일 18시 31분


이번 태풍으로 강릉 모 전투비행단 소속의 전투기 16대가 물에 잠겨 수개월간 뜰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어쩌다가 이처럼 큰 피해를 보게 됐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아울러 ‘예고된’ 자연재해에도 이렇게 무력화되는 군이라면 군사적 비상상황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공군측은 “한꺼번에 900㎜의 폭우가 내렸고 부대 인근 저수지가 범람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설명한다. 태풍을 피해 높은 곳으로 대피를 시켰는데도 전투기가 물에 잠긴 것은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길 정도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큰비가 내렸으니 상황의 어려움은 짐작이 간다. 그러나 군은 어떤 경우에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의무가 있다. 이번 사태는 실망스러운 일이다.

며칠 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그동안 위축됐던 국방비 증가율을 상향조정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하지만 군이 값비싼 장비를 이렇게 관리하는 한 국방비를 아무리 늘린다고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군이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고가의 장비를 목숨처럼 소중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줄 때 국방비 증액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이번 수재에서 현지 군부대들이 피해방지를 위해 크게 노력한 것도 사실이다. 강릉에서는 장병들이 끊긴 철로를 수신호로 알려 대형사고를 미연에 방지했고 수해복구에도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돼 대민지원을 하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막사까지 잃어 고통받는 장병들의 노고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군이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재산을 철저하게 지키는 일이다. 군 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과 대응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규명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침수된 전투기의 정비도 서둘러 공군전력 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더욱 분발하는 공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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