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兵風 '작전상 후퇴'…겉으론 "수해 먼저" 공세 자제

  • 입력 2002년 9월 3일 18시 52분


민주당측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를 향한 병풍(兵風) 공세의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민주당 대변인실은 지난 주까지 매일 8∼10건의 병풍 관련 논평을 내놓았으나 이번 주 들어서는 2일에 이어 3일에도 단 한 건의 논평도 내지 않았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당직자들에게 “공개된 회의석상에서는 병풍 수사에 대한 언론 보도 내용조차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앞서 지난달 31일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에게 제의한 대표회동이 성사될 경우 ‘병풍은 검찰에 맡기고 정치권은 손을 떼자. 우리도 병무비리 근절을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을 중단할 용의도 있다’는 제안을 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태도 변화의 명분으로 ‘태풍 피해 등 민생고 해결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술’이 숨어 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민주당측은 우선 병풍을 둘러싼 정치공세에서 이미 충분한 효과를 봤다고 판단하고 있다. 언론사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약 70%가 ‘병역 비리가 있었을 것’이란 반응을 보인 것이 그 대표적 증거라고 한 관계자가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측의 ‘숨고르기’에는 더 큰 함의가 숨어 있는 느낌이다. 검찰 수사를 정쟁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야 병풍의 ‘몸통’수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검찰 수사는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씨와 두 아들에 대한 직접 조사만 남겨 놓은 것 같다”며 “병풍이 계속 정쟁에 휩싸이면 검찰이 이들을 소환 조사하는 데 아무래도 부담을 느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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