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내다팔 종목도 추천한다

  • 입력 2002년 8월 11일 17시 57분


한국 증시에도 본격적으로 ‘매도(Sell) 추천’ 보고서가 등장한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8일 “매수(Buy) 추천만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 증시의 오랜 관행을 깨고 앞으로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높은 종목에 대해서는 과감히 매도를 권하는 보고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신영증권의 이런 방침은 일방적인 매수 추천으로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좋은 면만 부각시켰던 증권가의 관행을 깨는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다.

▽한국 기업은 모두 좋다?〓증권사가 내놓은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 증시에는 이렇게 좋은 종목만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수 추천 일색이다.

증권사 보고서를 종합해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퍼스트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주요 기업에 대한 매도 추천 보고서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정작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연초와 비슷한 수준이며 SK텔레콤은 연초보다 7만원가량 하락했다.

반대로 전망이 나쁜 기업에 대해서는 보고서가 아예 없다는 것이 특징. 경영진의 비리 연루 의혹 등으로 주가가 폭락한 보안업종 대장주 장미디어에 대해서는 올해 단 한 건의 분석 보고서도 나오지 않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특정 기업에 대해 매도 추천을 내면 그 기업과 사이가 나빠질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너 때문에 주가가 더 떨어진다’는 욕을 먹는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매도 추천’이라는 총대를 메겠느냐”고 반문했다.

▽매도 추천 시대〓신영증권은 이런 관행을 깨기 위해 몇 가지 변화를 시도할 예정.

우선 분석 대상을 고르는 원칙부터 바꿀 방침이다. 신영증권은 저평가된 종목만을 골라 분석하고 고평가된 종목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는 기존 증권가의 관행을 버리기로 했다. 대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종목은 모두 분석대상에 넣어 저평가이건 고평가이건 있는 그대로 투자자에게 알려줄 계획.

그동안 보고서에서 언급을 꺼려온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이나 도덕성 등 수치화하기 어려운 부분도 담당 애널리스트의 판단만 확실히 섰다면 과감히 공개할 계획이다.

추천 용어도 보다 과감해진다. 그동안 증권가에서는 ‘매도’라는 직접적 표현 대신 ‘중립’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신영증권은 고평가된 기업에 대해 과감히 “매도하라”고 밝힐 계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장득수 부장은 “기업 가치를 측정할 때에도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보수적인 잣대를 사용할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장단점을 정확히 전달해 올바른 투자 판단의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증권사 올해 종목 추천 보고서 현황
종목매수장기매수강력매수중립매도
삼성전자512610
SK텔레콤324010
휴맥스272040
한국전력230040
자료:퍼스트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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