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안한 투자자 증시이탈 가속

  • 입력 2002년 7월 23일 18시 57분


“현실을 잘 봐야 한다. ‘미국 주식회사’는 투자할 만한 곳이 아니라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폭락 증시 속에서 미국의 어떤 재무설계사가 한 이 말은 ‘장(場)을 등지는 투자자들’의 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2일 “미국 투자자들이 주식형 뮤추얼펀드를 처분해 현금화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1990년대 후반에 불어닥친 주식 바람에 올라타 손쉬운 재테크를 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젠 증시가 과연 좋은 투자대상인지를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금융그룹 UBS와 여론조사회사인 갤럽의 공동조사 결과 뉴욕증시 투자자의 낙관지수가 6월의 72에서 7월엔 46으로 대폭 하락하면서 조사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주가가 치솟던 2000년 1월의 경우 낙관지수는 178이었다.

내년 증시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고 답변한 투자자는 6월의 38%에서 7월의 32%로 낮아지면서 역시 조사 개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는 ‘기업의 회계관행에 대한 불신감’(중복응답으로 전체의 80%) ‘기업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47%) 등이 꼽혔다. 미국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 응답이 6월 55%에서 7월 47%로 감소했다.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뮤추얼펀드 투자액은 6월 중 138억달러의 순유출로 나타났는데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많은 것은 ‘9·11테러’ 때인 작년 9월 293억달러가 빠져나간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유출 규모는 현재 주식펀드에 투자돼 있는 3조달러에 비하면 크지 않은 액수지만 7월 중 더 늘어나는 등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증시 이탈자금이 커지고 있어 문제라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는 것은 폭락한 주가가 곧바로 회복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 때문. UBS와 갤럽의 조사에서도 이미 8,000선이 무너져버린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언제쯤이면 지난해 6월 수준인 11,000선을 회복하겠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20%만이 ‘내년 말 이전’이라고 대답했고 나머지는 모두 그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답했다.

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2일에도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양호하다”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개선되고 있으며 이는 주식가치를 높여 투자자들을 시장으로 돌아오게 만들 것”이라고 말해 투자자들의 현장 감각과는 크게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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