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최상호/'공짜근성'부터 없애자

  • 입력 2002년 7월 14일 18시 31분


우리 국민은 월드컵 4강을 가져온 히딩크 리더십의 본질을 ‘능력본위, 실력본위’로 보고 있다. 선수들이 출신이나 관록에 상관없이 실력만 쌓으면 국가대표로 발탁돼 마음껏 뛸 수 있었기 때문에 피땀을 쏟을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월드컵 4강은 기적이 아니라 23명의 선수들이 노력으로 얻은 정당한 대가인 것이다. 그렇다면 월드컵으로 응집된 범국민적 상승열기를 업그레이드 코리아로 승화시키는 일도 같은 방식으로, 즉 노력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대가가 주어지는 원칙의 수립과 준수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구체적으로 하루 임시 공휴일 지정과 교통법규 위반자들에 대한 대규모 사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자는 일하기보다 놀자는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후자는 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주어 노력한 대로 그 대가가 주어진다는 원칙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큰 실책을 범한 것이다.

진심으로 이 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발전하길 바라는 정부라면 당장은 국민이 싫어하는 일이라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국민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먼저 도처에서 용납돼온 ‘공짜’부터 없애야 한다. 공짜근성은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최악의 적이다. 한번 맛을 들이면 어떠한 약으로도 잘 낫지 않는 정신적 암이다. 카지노, 도박, 경마 등 사행성 오락산업과 중고교 무시험 및 평준화 같은 시책들을 적절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공짜근성의 대표적 행태인 부정부패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정기간이 지나면 면죄되는 소멸시효제도와 한 정권 하에서 지은 죄가 차기 정권에서 감면되는 사면 남용의 관행을 청산함으로써 비리는 철저히 응징되는 풍토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결과 평등 시도는 버려야 한다. 기본과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생업과 생활에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자율 성과주의를 국가경영의 기본원리로 하고, 자유 신장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의 불균형에 대한 사후적 보완책인 평등 추구 정책은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

셋째로, 정부는 규제도 지원도 자제해야 한다. 유망시되는 사업도 능력 있는 사업가의 몫으로 둬야 한다. 규제는 특정 주체에 손해를 입히고, 지원은 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불공평하고 부정의하다. 또한 지원은 공짜근성을 유발시키는 한편 원가의식과 경영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자립정신을 약화시킴으로써 강질의 경제 주체가 되기 어렵게 한다. 따라서 정부는, 개인이나 기업보다 더 잘 알고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착각 아래 행해온 규제관행부터 청산해야 한다.

또한, 지원과 규제는 비리의 근원적 온상이 된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로비와 뇌물이 필연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각종 비리와 게이트가 권력 실세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입증한다. 지원이나 규제는 비리와 비례한다는 점에서, 선진 한국의 출발점은 지원과 규제의 타파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최상호 도산아카데미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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