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섬 여행지]타히티…고갱 눈멀게 한 '에덴동산'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45분


모오레아섬 비치커머 인터컨티넨탈 리조트의 라군 [사진=조성하기자]
모오레아섬 비치커머 인터컨티넨탈 리조트의 라군 [사진=조성하기자]
“63일간의 항해 끝에 도착한 적도 아래 남태평양의 타히티. 배는 모오레아섬을 돌아 타히티섬을 향해 나아갔다. 도착한 곳은 파페에테항구. 섬은 태고의 홍수로 잠긴 산봉우리 그 자체, 그 꼭대기만 겨우 수면에 드러난 형국이었다.”

1891년 6월 9일. 화가 폴 고갱(1848.6.7∼1903.5.8·프랑스)이 타히티에 도착한 순간의 감상을 적은 글이다‘노아 노아’라는 그의 육필수기 모두에 남긴 이 기록.

이로부터 정확히 111년후인 지난달 초, 고갱처럼 애타게 그리던 타히티섬에 첫 발을 디뎠다. 다른 점이라면 불과 11시반만의 ‘비행’(오사카 출발)으로, 파페에테항 서편 5㎞쯤의 파아아국제공항에 내렸다는 것 뿐.

☞'조성하의 e- 편한여행' 바로가기

“전원에 널려 있는 눈부신 모든 것이 나를 눈멀게 만들었다.”는 고갱의 말. 모오레아섬이 바라다 보이는 해변에서 본 노을. 색체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다던 고갱이 타히티에서 와서야 “그것은 공연한 고민이었다. 사물을 적과 청으로 화폭에 담는 일은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고 고백한 그 참뜻을 알게 해주는 환상적인 빛깔의 노을. 바다와 하늘, 세상 모든 것을 온통 빨갛게 물들였다.

모오레아섬의 뾰족산 뒤로 지는 석양, 그 빛에 달아오른 푸른 하늘의 하얀 구름, 아궁이 숯불처럼 이글거리는 노을진 하늘아래의 붉은 바다를 미끄러지는 카누의 실루엣. 한 편의 그림이었다.

폴 고갱의 '자화상'

모두가 화산활동의 산물인 폴리네시아의 섬들. 거기에는 특별함이 있었다. 섬 한가운데 기묘한 모습으로 치솟은 초록빛 산봉우리, 기하학적 형상으로 섬을 둘러싼 환초(울타리처럼 둘러친 산호섬의 띠), 그리고 그 환초와 섬 사이에 형성된 환상적인 빛깔의 라군(호수처럼 잔잔한 얕은 산호해저의 바다) 등등.

가장 가까운 모오레아섬부터 찾았다. 지척인 듯 보였지만 항공기로 10분, 카타마란(동체 두 개를 연결한 형태의 배) 쾌속선으로 30분(19㎞)이나 걸렸다.

‘바다에 잠긴 달’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이 섬. 순수한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있었다. 밀가루처럼 하얗고 보드라운 산호가루 백사장에 그림자 드리운채 바람에 살랑이는 야자수잎, 수백m 바깥에서 거센 파도를 막느라 파란 바다위에서 늘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환초의 띠, 그 사이에 놓인 호수처럼 잔잔한 산호바다(라군)와 그 바다에 떠있는 새하얀 요트…. 고갱의 타히티 그림에서 ‘에덴의 동산’이 연상되듯 이 섬의 풍광에서는 천국이 연상된다.

두 번째로 찾은 섬은 ‘지구의 마지막 여행지’라고 불려온 보라보라. 타히티섬에서 프로펠러추진 항공기로 50분이나 걸렸다. ‘모투’(Motu)라고 불리는 자그만 산호섬의 띠로 둘러싸인 보라보라도 역시 하늘로 치솟은 고봉이 물에 잠긴 형국의 섬이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싼 환초와 라군의 환상적인 물빛깔이 섬의 산과 어울려 빚어내는 풍경은 프렌치 폴리네시아 118개의 섬 가운데서도 압권이다. 옅은 하늘색부터 옥색 비취색 에머랄드 블루, 스카이블루, 잉크빛 파란색…. 말로 이루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꿈같은 빛깔로 바다를 물들인 라군의 물빛. 어쩌면 그리도 아름다울까.

그러나 환상의 극치는 수중에 있었다. 어깨깊이의 바다인데도 그 안에는 어른만한 가오리와 상어 수십마리가 떼지어 몰려 다녔다.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이곳의 상어. 스노클링 장비만 갖추고 그 물속 상어와 가오리떼 틈에서 수중유영을 즐겼다. 보라보라섬의 매력은 이렇듯 특별했다.

그리고 밤. 고고한 달빛 내려앉아 환히 빛나는 산호섬과 그 위의 밤하늘. 너무도 낯설어 마치 다른 외계에 온듯한 전율까지 일으켰다. 그도 그럴것이 이곳은 남반구(적도 남쪽)인지라 우리 눈에 익은 북반구 별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순수한 자연의 풍광. 말이 필요없었다.

타히티〓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타히티의 리조트▼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해도 좋을 만큼 완벽한 풍광과 최고급 시설을 갖춘 최상급.

동남아와 몰디브 등지에서 최근 이를 본 딴 리조트가 많이 들어서 각광을 받지만 타히티와는 비교가 안된다.

▼쉐라톤호텔(www.sheratontahiti.com)〓타히티섬, 모오레아섬에 있다. 만다라 스파가 유명. △타히티〓‘타히티 스타일’ 리조트의 개조(1960년 개장해 최근 리노베이션 마침). 풍광좋은 해변의 라군에 레스토랑과 야외풀 제티(보트선착장)가 있다. 물위에 떠있는 워터방갈로형의 모에바이 레스토랑이 명물. △모오레아〓비취빛 라군의 수면에 들어선 워터방갈로도 있다.

▼소피텔 코랄리아 리조트〓타히티, 모오레아, 보라보라 등 섬 네곳에 5개 운영중. 방갈로는 가든, 비치, 오버워터등 세가지. △타히티섬〓요트정박장이 있는 마에바비치에 위치한 빌딩형. 전객실이 오션뷰로 낙조감상 포인트. △보라보라섬〓마라라, 모투 등 두 개가 운영중. 모투는 환초띠를 이룬 작은 섬(모투)에, 마라라는 본섬의 라군에 있다. △모오레아섬〓멋진 산경을 배경한 순백의 산호비치 라군에 위치.

▼인터컨티넨탈 리조트〓타히티, 모오레아 두 섬에 ‘비치커머’(Beachcomber·해변산책객이란 뜻)란 이름으로 운영중. △타히티섬〓오버워터 방갈로. △모오레아섬〓돌고래를 기르는 라군을 갖춘 오버워터 방갈로가 있다. www.moorea.interconti.com

▼리조트 패키지▼

보라보라섬의 비취빛 라군 물위에 놓인 오버워터 방갈로(3박)에서 지내며 상어 및 가오리와 수중유영도 즐길 수 있는 타히티 패키지(6박7일)가 국내 처음 소개됐다. 귀로에 타히티섬(오버워터 방갈로·1박)에 이틀간 체류하며 고갱박물관등도 둘러본다. 399만원(조식만 포함). 이밖에 △허니문(7일형) △타히티&모오레아(5일·7일형) △타히티&보라보라(5일형)도 있다.

타히티 여행상품 판매여행사 (02)
㈜나스항공여행777-7708
넷투어여행사326-1003
롯데관광399-2300
브이.아이.피.여행사757-0040
인터파크여행755-4200
참좋은여행595-7000
㈜하나투어2127-1419
㈜한주관광732-0088

프렌치 폴리네시아〓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바로잡습니다]

△11일자 C8면 ‘You & Me’(여행)에 게재된 지도(타히티)상의 적도선은 남위 20도선입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