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김경언 고졸 2년차 맞아?

  • 입력 2002년 7월 9일 17시 59분


“그냥 잘 맞아요.”

최근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기아 타이거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새끼 호랑이’ 김경언(20·사진). 요즘 왜 그렇게 잘 치느냐는 물음에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딴전을 피운다. 그러나 그냥 잘되는 법은 없다. 그동안 흘린 땀방울의 결실이다.

지난해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기아에 몸담은 프로 2년 차. 프로물 먹은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그는 ‘프로’가 뭔지를 알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생존경쟁에서 땀방울이 없인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벌써 깨우치고 있었다.

그는 주당 6게임이 열리는 피말리는 레이스 속에서도 매일 밤 숙소 옥상에 올라가 혼자 배팅 연습을 한다. 방망이를 허공에라도 수백번을 휘둘러야만 잠이 온단다. 신인 2차지명 2순위로 입단한 그가 팀의 대선배 신동주를 밀어내고 5번타자를 꿰차고 8일 현재 타율 0.317의 고감도 타격을 뽐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한마디로 최근 그의 방망이는 신들린 듯 보인다. 김경언은 2일 광주에서 열린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3점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로 5타점을 기록해 팀의 7-6 승리를 이끌었다.

7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도 5타수 4안타의 불방망이를 자랑하며 또다시 5타점을 기록, 팀에 10-4 대승을 선사했다. 최근 5경기에서 타율 0.556. 기아가 두산을 2위로 밀어내고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김경언의 불방망이 힘이 크다.

김경언은 좌타자인 데다 발까지 빠르다. 투수들이 싫어하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빠른 발을 이용한 외야 수비도 으뜸.

김경언이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데는 김성한 감독의 도움도 컸다. 김 감독이 김경언을 대타자로 키우려고 의도적으로 출전기회를 많이 줬던 것. 2월 하와이 전지훈련부터 날마다 400개 이상의 고강도 타격훈련을 소화하면서도 혼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등 노력하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 물론 김경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초반 대타로 출전하다 6월 들어선 부동의 5번타자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이건열 타격 코치는 “배트 중심에 볼을 맞히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타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경기 경험만 더 쌓으면 최고의 교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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