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군 수뇌부 진실만을 말하라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15분


서해교전 당시 우리 군의 대응태세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일부 군수뇌부의 주장이 그릇된 것으로 나타나 또 한번 충격을 주고 있다. 군 당국의 부정확하고 의도성 있는 정보를 접하는 국민이 불필요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같은 행동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엊그제 국방부는 교전 발생 후 우리 초계함 2척이 현장에 접근하자 북한 스틱스 미사일의 레이더가 가동됐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해군이 도주하던 북측 경비정을 격침하려 했다면 확전될 가능성이 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국방부가 내세운 일종의 ‘정황증거’였다.

그러나 스틱스 미사일의 레이더는 교전상황이 끝나기 불과 2분 전에 가동됐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북측 실크웜 지대함미사일의 레이더 역시 교전이 끝난 30여분 뒤에야 작동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북측이 확전 의지를 갖고 있었다는 국방부측 주장이 지나친 과장이며, 이를 통해 국민에게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결과만 초래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군 지휘부가 교전에 대응하는 과정에 상황 판단을 잘못해 초계함의 현장 도착이 늦어졌고, 사격중지 명령을 너무 빨리 내려 북 경비정을 격침시키지 못한 점 등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군 당국은 ‘초계함 출동시 어민들의 그물을 우회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초기 전황보고가 잘못됐다’는 등 면피성 변명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것이 과연 군 당국의 올바른 처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군 당국의 태도로 볼 때 곧 발표될 합동참모본부의 조사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를 조사하는 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때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대책마련이 목적이다. 따라서 군 수뇌부는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밝히는 데 있어 오로지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 눈앞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을 말하는 것은 미래의 안보에 구멍을 뚫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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