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LG ‘애물’ 최경환 두산선 ‘보물’

  • 입력 2002년 7월 3일 17시 53분


참 희한한 일이다.

다른 팀에선 별볼일 없어 ‘용도폐기’됐다가 두산에만 가면 펄펄 나는 선수들이 많다. 투수 조계현이 그랬고 지난해 내야수 김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도 두산엔 눈에 띄는 선수가 한명 있다. 바로 왼손타자 최경환(30·사진). 그는 지난해 LG에서 방출된 선수다.

94년 한국인 타자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거의 꿈을 품고 태평양을 건넜던 최경환은 애너하임 에인절스를 거쳐 96년부터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싱글 A팀인 사라소타에서 2년을 뛰었고 멕시칸리그에서도 경험을 쌓았던 재목.

하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한뒤 국내에 복귀, 2000년부터 LG 유니폼을 입었다. LG는 ‘큰 물’에서 놀던 최경환이 뭔가 해주길 기대했지만 2년간 성적은 107경기에서 타율 0.227에 3홈런 13타점이 전부.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판단한 LG는 매몰차게 방출했다. 그러나 다른 팀에서 내친 선수를 데려다 요긴한 선수로 키우는 게 바로 두산의 김인식감독. 김감독의 요청에 따라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 최경환은 연봉 3000만원짜리 선수로 다시 출발하며 “야구를 다시할 수 있게 기회를 준 두산에 보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생은 ‘새옹지마’. LG에서 밥값만 축내던 최경환은 두산에서 야구인생을 활짝 꽃피웠다. 2일까지 64경기에서 타율 0.316(177타수 56안타)에 8홈런 26타점. 이미 지난 2년간 LG에서 거뒀던 성적을 넘어섰다.

일약 두산의 주전자리를 차지한 최경환은 ‘영양가’있는 한방도 자주 터뜨려 김인식감독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2일 대구 삼성전에서 2-2로 팽팽한 8회 삼성 임창용으로부터 기습적인 결승 솔로홈런을 날려 팀승리를 이끌었다.

궁합이 잘 맞는 건지 감독이 좋은 건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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