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월드컵]외국계 기업 41% "아직은 글쎄요"

  • 입력 2002년 6월 28일 19시 03분


대부분의 국가들은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국가이미지라는 게 있다. 기업이 제품을 팔기 위해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듯이 국가는 외국인 관광객과 투자를 유치하려면 좋은 국가이미지를 가져야 한다.

소니와 도요타의 일본은 ‘고(高)품질’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킨다. 루이뷔통과 로레알의 프랑스는 감성(感性)문화의 선두주자로 대접받는다. 시계산업으로 대표되는 스위스는 알프스와 함께 ‘정밀’이라는 국가이미지를 갖고 있다.

영국은 토니 블레어 총리 취임과 함께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라는 이미지를 국내외에 홍보하고 있다. 지식 기술 창의성의 국가이미지를 강조하는 말로 디자인 영화 음악 패션 등 문화 콘텐츠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키운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가 국가이미지 구축 노력을 적극 펼쳐 성공을 거두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년 전부터 ‘말레이시아, 진정한 아시아(Malaysia, Truly Asia)’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국가PR 광고를 CNN방송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내보내고 있다.

이 광고는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아랍계 등 다양한 민족이 화합을 이루며 살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아시아 문화를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수석연구원은 “독재정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스페인은 1982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관광대국’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고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몇 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외국인들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현대경제연구원이 월드컵 개최 직전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별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 응답자의 40.7%가 ‘한국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응답자가 31%였고 긍정적 이미지라고 답한 사람은 28.3%로 가장 적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미시경제실장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역동적인 나라’ 또는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인식을 많이 했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코리아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힐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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