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고 나서]'다양성의 시대' 다양한 장르 맛 보세요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23분


오랜만에 국내 작가의 소설 책을 1면으로 골랐습니다.

이번 주에는 주로 한주에 배달된 신간 책을 위주로 골라 보았습니다. 장르의 다양성이라는 면을 가장 염두에 두었습니다.

책을 고르는 과정은 의외로 복잡합니다. 텍스트 자체의 충실성이 1차적 고려 대상이 되긴 하지만, 출판사나 장르가 편중되지 않게 하는 균형감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동안 문학책은 문학면에만 소화해 왔으나, 중견 작가의 중량감있는 소설을 과감하게 1면으로 올려 보자는 의도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선택했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리더십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던 차에, 히딩크 효과가 뇌관노릇을 한 것 같습니다. 조직과 시스템의 성공전략을 다룬 책들이 유난히 많았던 한 주였습니다.

그동안 이런 류의 책들이 리더 개인이나 조직원들 어느 한쪽의 입장에 선 책들이 많았다면 3면에 고른 ‘다양성을 추구하는 조직이 강하다’는 리더와 조직원들 모두가 바람직한 조직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책이라 골라 보았습니다. 거대담론이 사라진, 각개 약진의 지금 이 시대는 오직 다양성만이 생산을 담보할 수 있으니까요.

2면에 소개한 ‘부의 분배’는 그동안 전통적 좌파에서 이야기하는 분배의 문제와는 다른 시선을 둔 책입니다. 똑같이 분배를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이 기존 체제에 대한 부정보다는 체제를 인정하고 더 잘 만들어 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은 모호하지만, 진지한 주제를 다룬 책입니다.

또, 한가지 (빈부격차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어쨌든) ‘풍요’를 구가하는 현대 사회의 개인들은 이제 욕망과 자아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대중 출판면은 남녀의 심리, 자아 밑바닥에 흐르는 고정관념을 깨는 책들을 위주로 골라 봤습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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