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도루왕’4파전

  • 입력 2002년 6월 21일 18시 33분


올 프로야구는 사상 유례없는 ‘대도(大盜) 전쟁’이 계속돼 흥미를 더하고 있다.

20일 현재 정수근(두산)과 이종범 김종국(이상 기아)이 나란히 20도루로 공동선두에 올라 있는 것부터가 이채롭고 처음으로 통산 400도루 클럽을 연 전준호(현대)도 16도루를 기록하며 선두그룹을 맹추격하고 있다.

이들의 4파전은 신구 도루왕과 뉴 페이스의 혼전이란 점에서 관심을 끈다.

정수근은 국내 최초로 5년 연속 도루왕에 도전하는 ‘날쌘돌이’. 이종범이 국내에서 활약했던 96년과 97년에는 2인자에 머물렀던 빚을 올해 정면대결로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정수근은 극심한 타격부진으로 시즌초 잘 나가던 선두 자리를 이종범에게 역전 당했지만 15일 롯데전에서 무려 4개의 도루를 기록하는 등 몰아치기를 앞세워 단숨에 선두로 치고 올라오는 뒷심을 자랑했다.

이에 맞서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94년 한 시즌 최다인 84도루 신기록을 세웠고 96,97년까지 3번이나 도루왕을 차지한 관록을 앞세워 정수근에게 물려준 대도의 명예를 되찾아 오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시즌초 김성한감독으로부터 부상위험이 따르는 도루보다는 방망이와 외야수비에 신경을 쓰라는 당부를 받고는 한동안 도루를 자제했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 발이 저절로 움직이는 걸 어쩌겠나’라는 게 이종범의 변명 아닌 변명이다.

한편 대도 레이스에 혜성처럼 나타난 김종국은 3할3푼에 이르는 최고의 타격감을 바탕으로 첫 도루왕 등극에 욕심을 내고 있고 전준호도 선두그룹에 4개차로 뒤져 있지만 높은 출루율을 앞세워 93년과 95년의 도루왕 탈환을 꿈꾸고 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신구 도루왕 4파전. 치열한 홈런왕 레이스와 함께 월드컵 축구 열기로 잠시 떠나간 팬들의 발길을 다시 야구장으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