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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13일 2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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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차전 터키-브라질전이 있었던 3일 이후 터키 전역은 반한(反韓) 감정으로 들끓었다. 4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라 16강 희망에 부풀었던 터키인들은 이 경기에서 한국인 주심 김영주씨가 내린 페널티킥 판정이 ‘명백한 오심’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분노했고 분노는 배신감으로 이어졌다. ‘6·25전쟁 때 도와준 게 누구인데….’ 터키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52년 전 피로써 목숨을 구해준 한국이 오늘 등뒤에서 6500만 터키인을 칼로 찔렀다”고 쓴 신문도 있었다.
옥영재(玉永在·46)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스탄불 주재 터키무역관장은 전화 통화에서 “기업인들과의 무역상담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럴 만도 했다. 한국에 대한 터키인들의 감정은 남달랐다. 한국전에 3만명의 터키군이 참전했고 이 중 700명이 전사한 터키에 한국은 언제나 그들의 표현대로 ‘카르데쉬(형제)’였다.
분노는 지난 주말을 고비로 사그라지긴 했다. 9일 터키-코스타리카전에서 수백명의 ‘터키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보여준 열렬한 응원, 월드컵에 맞춰 한국을 찾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에 대한 정감 넘치는 환대 소식이 속속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심’이라는 확신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는 16강 진출이 좌절됐다면 언제든 분노로 다시 타오를 수 있는 ‘휴화산’이기도 했다. 그런 터키인들에게 16강 진출이라는 숙원이 이뤄졌으니….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하지 않아요.”
정길영(鄭吉永) 현대종합상사 이스탄불 지사장이 전화로 말했다. 흥분한 그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의 오랜 친구 터키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종대기자 국제부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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