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6월 5일 18시 5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월드컵 열기에 맞춘 전략수정〓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제각각 한국 월드컵팀의 선전이 자당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은 월드컵 열기로 20, 30대 젊은 유권자층의 기권이 속출해 전반적인 투표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조직을 풀가동해 수도권 지역의 당 지지기반인 40대 이상 장년층의 표결집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후보는 월드컵 열기를 겨냥해 강변북로를 ‘월드컵대로’로 명명할 것을 주요한 정책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민주당은 폴란드전 승리로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유권자들의 미래지향적인 사고가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며 대선 후보 및 서울시장후보 등에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포진한 자당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김민석(金民錫) 서울시장후보 선거대책위 김성호(金成鎬) 대변인은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이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됐고 과거보다는 미래, 정당보다는 후보자 개인의 비전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고 판단해 투표율 제고에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 측은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서울에 연고지를 둔 축구팀을 창단하겠다’는 새로운 공약을 내걸고 있다.
▽폭로전 자제〓민주당은 5일 “오늘은 정쟁(政爭) 없는 날”이라고 선언했다. 정범구(鄭範九) 대변인은 “월드컵 승리로 온 국민이 한마음이 돼 16강 진출, 8강 진출을 염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당도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오늘은 상대당을 자극하거나 공격하는 논평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남은 지방선거 기간 중 네거티브 전략 구사는 철저히 자제하기로 했다. 당 자체 조사결과 월드컵 열풍에 묻혀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먹혀들지 않는 만큼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도 희망적 분위기 속에서 네거티브 공세를 펼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대세”라고 전했다.
▽선거 결과에 따른 파장 반감〓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6·13’ 지방선거 이후에도 월드컵 열풍이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어 선거 승패의 파장이 반감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선거 다음날인 14일 예선 마지막 게임인 포르투갈전이 치러지는 데다 예선을 통과할 경우 8강전까지 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 따라서 선거에 참패하더라도 당 지도부 인책론 등 여진(餘震)이 월드컵열기 때문에 완화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