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34…42.195킬로미터 4시간54분22초(6)

  • 입력 2002년 5월 30일 18시 43분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할아버지가 등을 구부리고 검정 레코드판을 플레이어에 올려놓고 바늘을 내린다 폭폭 칙칙 폭폭 칙칙 뛰이 떠난다 타관천리 안개서린 응 벌판을 정은 들고 못살바엔 아 이별이 좋다 달려라 달려 달려라 달려 하늘은 청황적색 저녁 노을 떠돌고 차창에는 담배 연기 서릿 서릿 서릿 풀린다 풀린다① 보국 표시가 찍혀 있는 오래된 레코드였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곡이 끝나면 바늘을 되돌려 폭폭 칙칙 폭폭 칙칙 뛰이 스무 번이고 서른 번이고 되풀이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할아버지가 늘 노래를 따라 불러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한국말 가사를 외워버렸다 하늘은 청황적색 저녁 노을 떠돌고 차창에는 담배 연기 서릿 서릿 서릿 풀린다 풀린다

“앗!”

“왜 그래요?”

“아파서!”

“왼쪽 무릎?”

“네…늘 아프던 데요….”

“아직 9킬로미터밖에 안 뛰었는데.”

“아, 안 되겠어요, 아파서…저기서 잠깐 스트레치 좀 하면 안 될까요?”

역시 왼쪽 무릎 측부 인대다 하지만 연습 때 같은 묵직한 통증이 아니다 뼈가 안쪽에서 살을 찌르는 듯한 처음 경험하는 통증이다 두 다리를 새끼발가락 쪽으로 눕히고 무릎을 폈다 구부렸다 사토 코치가 웨스트 포치에서 스프레이식 진통제를 꺼내 왼쪽 무릎에 뿌린다

“교통 규제 해제는?”

“아직 멀었어요. 꽤 빠른 속도로 뛰었으니까.”

“어떻게 된 거죠? 지금까지 이 정도 뛰고 아픈 적 없었는데….”

“뛸 수 있겠어요?”

“속도를 좀 줄이고 상태를 봐 가면서…뛰다 보면 통증이 가시는 일도 있으니까… 가요.”

심호흡을 하고 큐우 파아 보폭을 좁게 큐우 파아 다리를 앞으로 내민다 생각지 말고 큐우 파아 다리를 살며시 내려놓는다는 느낌으로 폭폭 칙칙 폭폭 칙칙 뛰이 떠난다 타관천리 안개서린 응 벌판을 정은 들고 못살바엔

①울리는 만주선 - 손목인 작곡 조명암 작사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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