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드컵 안전대책 불안하다

  • 입력 2002년 5월 26일 18시 13분


영국 신문기자를 사칭한 신원 미상의 외국인에게 월드컵 등록카드가 부정 발급된 사실이 밝혀져 월드컵 테러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취재용으로 지급되는 이 카드는 한국과 일본의 모든 월드컵 경기장에 출입이 가능한 것으로 우리측은 카드가 부정 발급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실제 발급 대상자가 나타나자 뒤늦게 허둥지둥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월드컵 기간 중 안전 대책을 장담해 왔으나 이번 일로 정부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게 됐다. 본인이 아닌 엉뚱한 사람에게 등록카드와 같은 중요한 카드가 발급됐다는 것은 안전대책 전반에 큰 허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언제 어디서 돌발 상황이 일어날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범인은 흰 피부에 곱슬머리의 용모를 하고 있는 외국인이라고 한다. 미국의 9·11테러 이후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알 카에다 조직원이 국내에 입국했으며 월드컵 기간 중 미국 관련 시설에 테러가 있을지 모른다는 첩보가 전부터 입수되고 있어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준비해온 월드컵의 성공 여부는 안전 문제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만에 하나라도 테러가 발생하면 한순간에 공든 탑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국가이미지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테러란 본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법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 당국은 월드컵 경기장 상공에 헬기 몇 대를 띄우고 특수부대 몇 명을 배치한다는 식의 외형적이고 전시적인 대책에 매달릴 게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세밀한 부분부터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으며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행사가 커질수록 빈틈도 커지게 마련이다. 당국은 이번처럼 예상치 않던 곳에서 구멍이 뚫리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대책을 처음부터 다시 전면적으로 점검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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