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한국계 터키인 야우즈씨 모녀 자원봉사 부푼 꿈

  • 입력 2002년 5월 21일 19시 23분


“터키와 한국은 저한테는 조국이나 다름없어요. 두 팀 모두 꼭 16강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올해로 4년째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아첼리아 야우즈(ACELYA YAVUZ·21·터키·왼쪽)양은 월드컵 대회 개막을 앞둔 요즘 부쩍 바빠졌다.

월드컵 대회 기간 대학생(성악 전공)으로서 또 조국인 터키팀의 경기가 열리는 인천문학경기장 자원봉사자로서 두 가지 역할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어머니로부터 배운 한국말이 유창한데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광이었던 만큼 힘든 것보다는 반가움이 앞선다.

“터키에도 세계적인 팀들이 많아요.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갈라타사라이팀 골키퍼가 월드컵 대표팀 주전을 맡았대요”

인천 출신인 어머니 손정자씨(49)는 지난해 말 터키어 통역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선뜻 딸의 손을 잡고 나섰을 정도로 더 의욕적이다.

전통무용을 전공한 손씨는 1979년 해외 공연에 나섰다가 사업가인 남편 오멜 야우즈(OMER YAVUZ·56)씨를 만나 결혼, 20년 가까이 터키에서 살다 3년전 신학 공부를 위해 귀국했다.

현재 인천지역에는 이들 만큼 두 나라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이 없기 때문에 모녀는 인천시는 물론 최근 터키 언론사들로부터도 여러 가지 부탁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천지역 자원봉사이면서도 서울, 울산 등 터키팀의 경기가 열리는 도시를 모두 다녀야 할 판이지만 전혀 고생스럽다거나 힘들다고 여기지 않는다.

“터키의 축구열기도 한국 못지 않아요. 이번에 터키에서도 4000명 정도의 응원단이 온다고 하니까 자원봉사를 하면서 함께 응원하면 되죠”

두 사람은 “터키와 한국은 문화적 차이가 있지만 예절을 중시하는 등 닮은 점도 많다”며 “마음으로부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사람들 입맛에 맞는 한국 음식을 미리 골라 두느라 한층 분주해진 모녀는 “월드컵 대회를 통해 한국이 모든 면에서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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