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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16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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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홍걸씨는 참회하는 심정으로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남다른 신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리를 분간하지 못하고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든 행위는 무엇으로 변명해도 동정의 여지가 없다. 자신과 연관된 부정 비리 의혹이 한 점이라도 남게 되면 그것이 바로 더 큰 화근덩어리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홍걸씨는 더 이상 권력에 의존해 사태를 피해갈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자신의 과오를 깊이 반성하며 수사에 응해야 할 것이다.
홍걸씨 수사를 지켜보는 청와대측의 고심도 부모와 자식관계에서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권력이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면 지금과 같은 부정 비리는 절대로 근절될 수 없을 것이다. 청와대측은 스스로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검찰 수사를 냉정히 지켜보며 법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검찰 수사에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홍걸씨 본인은 물론 현 정권에도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가장 주시되는 것은 검찰의 자세다. 검찰이 만에 하나 대통령의 아들이라 해서 권력의 눈치나 보며 문제를 덮어 버리려 한다면 나라는 더욱 혼란스럽게 된다. 검찰은 홍걸씨 수사가 스스로의 신뢰회복은 물론 국가장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시중에는 대통령 아들들에 대한 수사를 월드컵 개막 전에 끝낸다는 ‘수사 시한론’이나 수사 수준을 어떻게 한다든지 하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사실이 어떻든 간에 그만큼 검찰에 대한 불신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홍걸씨에 대한 수사는 현정권 들어 불거진 온갖 게이트 사건을 파헤치는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그에 대한 수사가 지금까지 밝혀진 이권개입 및 금품수수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검사로 현철씨 구속수사를 지휘했던 심재륜 변호사가 “여죄를 남기면 두고두고 짐이 된다”고 한 말은 대단히 시사적이다. 특히 김 대통령의 2남 홍업씨의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야 한다. 그렇게 해도 게이트사건은 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마무리하기 힘든 상태다.
대통령의 아들이 몇 명 구속되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죄가 있느냐 없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검찰이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에 따라 소신껏 수사한다면 국민은 적극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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