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임종환자 연명치료 중단 논란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47분


▼“인간 생명은 신성한 것” 신중하게 대처를▼

말기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은 환자와 환자 가족의 입장, 그리고 환자의 삶의 질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그렇지만 인간의 생명에 관한 것이기에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환자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연명치료 중단이 어쩌면 인간으로서 환자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의견을 얼마만큼 수용한 것인지, 그것이 어쩌면 사람이 아닌 병 자체에 너무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닌지, 연명치료 중단이라고 명시된 환자들에게 어떤 치료와 간호가 제공될 것인지 하는 것들에 대해 좀더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므로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하게 된다면 호스피스 등과 함께 적절한 치료나 간호에 대해 좀더 정확하게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외국의 경우 환자 한 명에 의료진은 물론 사회사업가나 다른 병원 인력이 모두 연계되어 치료와 간호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이를 시행한다면 그 문제점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김혜원 서울 성동구 행당2동

▼공론화 과정 거쳐 사회적 합의점 찾아야▼

소극적 안락사 문제에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각계 각층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이 절실하다고 본다. 의사윤리 지침으로 발표되었다고는 하나 여기에는 의사 사회의 의견만 반영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각종 시민단체와 법조계 종교계 등이 참여해 폭넓은 토론과정을 거친 뒤 공통분모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서로 이해하고 납득하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소극적 안락사의 인정에는 필연적으로 법률적 문제가 뒤따른다. 예를 들어 1996년 가족의 요구로 환자를 퇴원시킨 서울 보라매병원의 의사는 살인방조죄로 유죄판결까지 받았다. 따라서 의협이 만들고자 하는 의료윤리 지침과 실정법의 괴리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것도 과제다.

아울러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되고, 가난하고 없는 자들이 집중적으로 진료 중단의 대상이 될 우려도 크다. 생명과 관련된 일이므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우윤숙 대구 달서구 감삼동

▼환자도 행복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 있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 ‘환자에게는 물론 어느 누구에게도 죽음의 약을 주지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한 어떠한 자문에도 응해서는 안 된다’는 구절이 있다. 이로 미뤄 봐 오늘날 우리들이 고민하는 안락사의 문제를 고대 그리스 시대에 이미 예견한 것 같다. 또한 종교적 관점에서 볼 때도 사람의 생명은 오직 신만이 좌우할 수 있다고 한다. 자살은 죄악이고, 그 자살을 돕는 의사의 행위 또한 죄악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보다 못한 삶이라면 차라리 품위 있는 죽음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보장도 없는 생명연장 보조장치에 의한 인위적인 생명연장보다 차라리 행복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환자의 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토록 심각한데도 정부는 종교계 등을 의식해 관계법의 손질에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본의 아니게 실정법을 위반하는 범법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고통받는 환자들의 행복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그 가족들의 불필요한 심적 물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매우 엄격한 소극적 안락사 제도는 하루속히 시행되어야 한다.

김덕봉 인천 남동구 남촌동

▼의미없는 ‘식물인간’ 치료는 고통만 줄뿐▼

사람의 목숨은 존귀하다. 물론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진리다. 하지만 본인이 삶을 원하지 않는다면, 혹은 그것조차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을 이성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사람의 이성은 분명히 존중해 주어야 한다. 자신의 상태를 알고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의미 없는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마지막까지 고통을 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특징이랄 수 있는 이성판단 기능이 없어진 상태,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치료와 기구를 통한 목숨 연장이 무엇을 의미할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죽음을 달가워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죽어가면서까지 남은 자들에게 부담을 남기고 싶은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940명의 의사 중 96.3%가 이미 연명치료 중단의 경험이 있다고 한다. 사회에서 이미 통상적으로 실행되고 있다면 이를 법적으로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

박용일 대학생·서울 동작구 대방동

■다음 주의 주제는 ‘월드컵 16강 진출 시 대표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부여하자는 의견’입니다. 참여하실 독자는 이에 대한 의견을 500자 정도 분량으로 정리해 본사 오피니언팀에 팩스(02-2020-1299)나 e메일(reporter@donga.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실명(實名)과 정확한 연락처를 명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채택된 원고는 소정의 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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