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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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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설립됐을 때 전통 사기그릇을 만드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초정밀 본차이나(젖소 뼈를 태워 나온 흰 재를 50% 이상 섞은 고급 자기) 제품 등을 생산하는 도자기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그 기술은 본차이나의 본고장인 영국에 한국산 본차이나를 역수출할 정도. 연간 매출액 550여억원 정도의 탄탄한 기업으로 컸다.
행남자기의 장수 비결은 크게 두 가지.
도자기만을 만들어온 장인정신이 첫 번째로 꼽힌다. 본사 아래 6개 계열사도 모두 도자기 원료, 문양 등을 만드는 도자기 관련 회사다.
2월에는 350억원을 들여 경기 여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도자기 공장도 설립했다. 자동화율이 90%가 넘는 이 공장에서는 월평균 100만개가 넘는 도자기를 생산한다. 대규모 공장 가동을 계기로 수출 지역을 유럽 중심에서 일본, 미국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두 번째 비결은 신뢰가 쌓인 노사관계가 꼽힌다.
이 회사에는 부자(父子) 종업원이 함께 출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형제나 동서 관계 직원들도 많다. 현재 김용주 회장은 창업주인 할아버지 고(故) 김창훈 회장, 아버지 김준형 회장에 이어 3대째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회사 노조도 회사측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매년 임금협상 등 노사협상을 벌이지만 지금까지 노사분규는 한번도 없었다. 매출액의 1%는 사원 자녀 학자금으로 지원하는 기업문화도 근로자들에게 ‘나의 회사’라는 이미지를 굳게 심어 주었다.
최근 행남자기는 도자기의 디자인에 가장 주력하고 있다. 올해의 경영 표어를 ‘디자인 플러스 디자인’으로 정하고 이탈리아 아르코넬로, 일본 노리다케 등과 디자인 협력 관계를 맺기도 했다.
행남자기 김 회장은 “이제는 해외 기업들과 경쟁할 때”라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이나 저가 방식으로 수출을 늘리는 게 아니라 ‘행남’이라는 고유 브랜드와 디자인으로 최고급 제품을 수출해 행남의 브랜드파워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