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19) 잃어버린 얼굴과 무수한 발소리 19

  • 입력 2002년 5월 13일 18시 02분


무당3 혼이 나야겠나!

이신철 용서해 주십시오.

무당2 (웃으면서 노래한다) 돈도 다 떨어지고, 사랑도 떠나가고, 신발도 없어지고… 하하하하하, 한푼없는 건달이, 하하하하하…①

꽹과리 소리가 분노를 부채질하듯 격렬해지고, 무당은 이신철을 쓰러뜨리고 배 위에 올라탄다. 무당이 뺨을 후려갈기는 소리가 튀듯이 사방으로 울리는데, 이신철은 아무 저항도 하지 않고 누워 있다.

무당3 (일어서서 짓밟는다) 죽여 줘! 에이! 밟아 죽여주지!

무당2 아이고 밟혀 죽네! 하하하하하!

무당3 알겠나! 하느님도 신앙이고 석가모니도 신앙이지만 조상님을 섬기는 것은 신앙하고 아무 관계없는 일이다.

이신철 알겠습니다.

무당3 좋다! 일어나라.

무당2 조상님한테 술 따라라. 술 따르면서 비는 것도 잊지 말고.

이신철은 술잔에 술을 따르고 제단을 향해 두 손을 모은다.

무당은 유미리의 등을 굿상 앞으로 밀어, 돼지 머리를 삼지창으로 찌르는 신탁(神託)을 하라고 재촉한다. 신이 굿에 만족했으면 돼지 머리가 똑바로 서고 굿을 행한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 유미리는 제기(祭器)에 담긴 소금에 삼지창을 세워놓고 돼지 머리를 꽂는데, 몇 번을 다시 꽂아도 손을 놓는 순간 쓰러지고 만다.

무당2 (두 귀를 쫑긋하고) 비….

무당3 (숨을 죽이고 눈을 깜박거린다) 비다…아까부터 내리고 있어.

유미리는 문밖으로 눈길을 돌리지만, 비가 내리는 기척은 없다. 바람조차 잠잠하다.

무당2 …빗속에 질질 끌려가고 있어…다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무당3 …산이다…산 속으로 들어가…굴이 있어…아주 큰 굴이야…빗물이 고여 질척거리고….

박수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①빈대떡 신사 - 양원배 작곡 백운악 작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