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日나가타현 월드컵 대책

  • 입력 2002년 5월 12일 18시 05분


지난해 5월31일 월드컵을 정확히 1년 앞두고 개최된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일본에서의 첫 경기가 열린 니가타 스타디움 인근에 있는 신칸센 니가타역에는 수만명의 관중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열차에서 내린 지 1시간이 지났는데도 경기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긴 행렬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자 군중들 사이에서 불평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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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모두 3만9000여명. 이 중 1만7000여명이 니가타역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그런데 문제는 1만명의 열차승객이 경기시작 바로 전인 오후 5시30분부터 6시까지 30분 동안 한꺼번에 몰렸던 것. 승객들은 셔틀버스 티켓을 사느라 길게 줄을 섰고, 니가타역 남부 출구 앞 도로에는 자가용 버스 택시 등이 엉켜 셔틀버스가 원활히 회전하지 못했다. 일부 관람객은 셔틀버스 타기를 포기하고 도보로 45분 정도 걸리는 경기장까지 걸어갔다. 결국 수천명의 관람객들이 후반전이 시작된 후에야 경기장에 도착했다.

우리나라도 지하철이 월드컵 경기장까지 닿지 않는 지방도시의 경우 대부분 셔틀버스가 주요 운송수단이다. 따라서 니가타의 경우는 우리로서는 눈여겨볼 교훈적 사례인 셈이다.

니가타현 월드컵추진위원회사무국의 곤도 쓰토무(近藤勉) 참사는 그날의 악몽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대회 경험과 정보부족으로 인한 인재(人災)였습니다. 절대로 이런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뮬레이션 등 기법을 동원, 치밀한 월드컵 교통대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월드컵 교통대책 도면을 펼쳐보이며 자신 있게 설명했다.

교통대책 중 가장 우선적으로 보완한 점은 셔틀버스. 니가타역에서 셔틀버스 티켓을 구입하느라 혼잡이 가중됐던 점을 감안해 총 130여대의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행키로 했다. 또한 셔틀버스가 원활히 오갈 수 있도록 니가타역에서 경기장까지의 도로를 왕복 4차로로 확장하고, 이 도로에서는 자가용과 일반버스 등을 대회 시작 30분 전, 대회 종료 후 2시간 동안 전면 통행금지시킬 예정이다. 경기장 주변 셔틀버스 주차장에는 교통상황실을 설치해 철도상황, 도로상황, 셔틀버스 운행상황 등을 총괄 지휘하는 종합교통상황 통제실이 운영된다.

니가타현 측은 관중 가운데 5000명 이상은 경기장까지 걸어가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해 도로 양측 보도폭을 약 3m 이상으로 넓히고 보·차도 분리봉 등 보행자 안전시설을 곳곳에 설치했다.

도로변 장식용 화분들은 도로변이 아닌 가로등 위 3m 높이에 설치될 예정이다. 훌리건 등 일부 관중은 흥분하면 가까이에 있는 물건들을 던져버리기도 하므로 니가타 경시청이 “던지기 쉬운 모든 것을 가급적 대로변 등 눈에 띄는 곳에 두지 말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니가타현 조직위원회 곤도 참사는 “셔틀버스를 타고 내리면서 혼잡이 가중되거나 길이 막히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관람객들이 감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며 “가장 중요한 ‘월드컵 교통안전 대책’은 원활한 승객수송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니가타〓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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