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고학력-고소득층이 심리치료 단골

  • 입력 2002년 5월 5일 17시 37분


홍보대행사를 경영하는 ‘커리어 우먼’ 박모씨(31). 젊은 나이에 자신의 회사를 갖고 변호사인 남편,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30대에 접어들며 뭔가 자신의 삶에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다면 더 큰 능력 발휘가 가능하지 않을까’ 고민 끝에 박씨는 최근 정신과를 찾아 심리상담을 받았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정신과가 ‘정신적으로 병이 있는 사람만 가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은 이미 깨졌다. 최근 교육과 생활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정신과를 찾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미 70년대에 미국에서 유행했던 것. 당시 미국에서는 개인 변호사와 회계사, 정신분석가를 갖는 것이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나를 찾아서’형(型)〓박씨처럼 ‘나’를 알기 위해 정신과를 찾은 사람에게는 프로이트식의 고전적인 ‘분석적 정신치료’를 한다. 의사 앞에서 자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정신과에서는 이것을 ‘자유연상’이라고 부른다. 부모님과 친구들에 대해 얘기하고 자신의 삶을 되새기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많이 입에 올리는 단어가 있기 마련. 스스로 자신이 집착하는 것은 무엇인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범용 신경정신과 원장은 “자기를 알면 사는 게 시원해진다”며 “내 속의 또 다른 ‘나’와 겉으로 행동하는 ‘나’가 일치하면 엉뚱한 에너지를 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의사는 도와주는 것일 뿐 해답은 자신이 찾는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 정신과 의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다.

▽‘갈등 해소’형〓주변 사람과의 갈등을 정신과에 와서 호소하기도 한다.

대기업 임원 김모씨(46)는 직장에서 상사나 부하 직원과 마찰이 잦아 고민하던 끝에 직장 내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조절해야 효과적일지를 정신과 전문의에게 상담했다. 상담 결과 김씨는 공격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감정과 업무를 분리시키라는 조언을 들었다.

Y&T성모신경정신과 도규영 원장은 “많은 사람이 타인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그 원인을 명확히 알지 못한다”며 “상담을 통해 그 원인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치료”라고 말했다. 원인을 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인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차다. 원인을 알면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음은 당연지사.

도 원장은 “겉으로 보면 부러울 것 없는 환경인데도 항상 불안하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느끼는 주부들을 상담하면 그 원인이 고부(姑婦)갈등인 때가 많다”며 “원인을 몰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무기력과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습관 교정’형〓정신과의 최면 치료를 통해서 잘못된 습관을 교정할 수도 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너무 떨려 말을 잘 못하는 ‘발표 불안’ 증세가 있다면 최면 상황에서 발표하는 연습을 함으로써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금연 열풍에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에게 최면이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의식이 고도로 집중된 최면 상태에서 ‘담배는 몸에 해롭고 담배를 가까이 하면 불쾌하다’는 암시를 주는 것. 비만인에게 자신의 날씬한 모습을 각인시켜 살을 빼게 하는 데도 이용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집중력이 높고 지적 능력이 우수한 사람이 ‘최면 감수성’이 높아 최면 치료를 하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오동재 신경정신과 원장은 “매스컴의 영향으로 무작정 전생을 보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는데 전생요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며 “최면은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마술’이 아니고 나쁜 습관을 교정해주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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