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축구장 밖의 멜로드라마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12분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 나서는 중국은 앞으로 축구를 둘러싼 갖가지 열기와 소동에 넋이 나갈 지도 모른다.

그들은 현재 무대 뒤에서 나와 여러분 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선수들은 세계최고의 무대에서 뛰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고 중국 응원단은 황사빛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브라질 응원단과 뒤섞여 응원전을 펼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중국인들은 본고장 영국에서 축구열기는 물론 축구를 둘러싼 멜로드라마 같은 일도 겪고 있다.

지난 토요일 5만여명의 관중 속에서 쉬밍과 일행 4명을 만났다. 그들은 잉글랜드 최북단 도시인 뉴캐슬의 손님들이었다. 쉬밍은 중국 명문 프로축구 클럽인 다롄 스더 회장이다. 다롄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선수 트레이드를 비롯한 여러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해 접촉중이다.

쉬밍은 몇 가지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뉴캐슬의 올시즌 21경기가 중국에 중계됐는데 팬의 광적인 응원 장면이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뉴캐슬 사람들은 뉴캐슬이 잉글랜드와는 다른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뉴캐슬 유나이티드팀은 뉴캐슬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있다. 뉴캐슬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서기 직전 스탠드의 5만여 관중은 뉴캐슬 찬가 ‘블레이던 레이스’를 소리높여 부른다.

이윽고 선수들은 기마병들처럼 그라운드로 뛰어든다. 뉴캐슬 사령탑은 이 지역 출신인 올 해 69세의 ‘노장’ 랍슨이다. 해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던 랍슨은 어린 시절 그가 몸 담았던 클럽을 지도하기 위해 돌아왔다. 랍슨은 한국의 거스 히딩크 감독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능력을 지녔다. 아마도 랍슨이 네덜란드 명문 클럽 아인트호벤을 지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뉴캐슬은 이날 찰튼을 3-0으로 꺾고 마침내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 뉴캐슬 영웅 앨런 시어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유일하게 통산 200골을 넣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날 중국인 손님들은 팀과 혼연일체가 되어 열광적인 응원전을 펼치는 관중들의 축구 열기를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쉬밍이 이번 주말에 신문을 읽었다면 틀림없이 또 다른 열기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신문은 스벤 고란 에릭손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과 스웨덴의 전직 일기예보 아나운서 울리카 존슨의 스캔들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대부분 신문은 ‘냉철한 감독과 TV 모델같은 금발 미녀’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에릭손 감독과 그의 애인 울리카에 관한 온갖 사진과 이야기들이 지면을 장식했다.

우리는 에릭손이 몇 년 전 부인과 이혼한 후 멋쟁이 지적재산권 변호사인 낸시 델올리오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 또한 에릭손이 낸시를 사랑한다는 말을 낸시의 전 남편에게 하기 위해 그를 점심 식사에 초대했다는 이야기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에릭손의 사생활에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 우리의 관심사항은 잉글랜드 팀에 관한 것이지 그의 염문이 아니다.

지금 언론은 두 사람 이야기를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에릭손과 울리카의 스캔들이 데이비드 베컴에게 집중돼 있던 스포트라이트를 분산시킬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베컴과 팝스타인 그의 아내 빅토리아, 아들 브루클린은 수백만달러의 재벌이다. 언론은 매주 베컴의 가족에 관한 기사를 만들어낸다.

가장 최근 뉴스는 베컴이 부인과 잠자리를 따로 한다는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일종의 산소보급용 텐트에서 몇 시간씩 보내고 있다. 이 텐트는 2주전 부러진 왼발 치유를 위한 장치다.

문제는 중국인들이 언론에서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갖가지 에릭슨 감독과 베컴 관련 기사를 보고 우리를 서부극에서나 볼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주인공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월드컵 개막은 이제 채 40일도 남지 않았다. 월드컵이 시작돼야 사람들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compuser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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