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환의 줄기세포 이야기]뇌세포 이식해 기억력 '회춘' 시키기

  • 입력 2002년 4월 21일 18시 07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사슴이 일러 준대로 산속의 신비한 옹달샘 물을 마셨더니 다시 젊어져서 행복하게 살았는데, 이웃집 노인은 그만 너무 많이 마셔서 옹달샘가의 갓난아기가 되고 말았다는 동화가 있다.

큰 병치레 한번 없이 살아온 운좋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노화는 막다른 골목길처럼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예정된 코스다. 노화가 진행되면 두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고 기억도 점점 가물가물해 진다. 안타깝지만 어찌할 길 없는 생로병사의 법칙이기에, 정말로 다시 젊게 만드는 신비한 옹달샘 같은 것이 없을까도 상상해 보게 된다.

많은 난치병에 희망을 주고 있는 줄기세포인데, 질병이라면 질병일 수 있는, 모두가 걸리게 되고 누구도 회복되어 보지 못한 가장 어려운 난치병이라고도 볼 수 있는 노화에 대해서는 줄기세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

이러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해본 과학자들이 있었다. 영국 왕립대 정신과의 홋지스 박사팀이었다. 이들은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인 해마(海馬)에서 얻어진 젊은 신경줄기세포를 이식하면 노화에 빠진 뇌기능이 다시 회복되는지를 알아 보았다.

즉 늙은 쥐와 젊은 쥐를 대상으로 학습능력과 기억력을 시험했는데 수영장 안의 어딘가에 사다리를 살짝 잠기게 해놓고 1주일 정도의 반복훈련으로 여기를 찾아가는 학습능력과, 사다리를 제거한 뒤 기억에 의해 그 자리를 다시 찾아가는 능력을 시험했다.

젊은 쥐들과 달리 상당수 늙은 쥐들은 목표를 찾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그렇게 배우고 난 뒤에도 금방 까먹기 일쑤였다. 연구팀은 그 중 특히 기억 감퇴가 심한 늙은 쥐들 중 일부의 뇌에 해마에서 유래된 신경줄기세포를 이식했다.

두 달 뒤, 같은 시험을 반복하여 보았는데 줄기세포를 이식받지 않은 쥐들은 여전히 가물가물하고 있는데 이식받은 노화 쥐들은 목표가 있는 곳을 배우는데 훨씬 빨라 젊은 쥐들에 근접했다.

더 놀라운 것은 사다리를 제거하고 기억능력을 테스트 해보았는데, 이식 받은 쥐들은, 동료 노화 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젊은 쥐들보다도 더 정확히, 더 신속히 목표를 찾아가는 놀라운 기억력을 과시한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식된 신경줄기세세포가 뇌의 구석구석을 재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냄으로써 노화라는 돌이킬 수 없는 ‘질환’도 회복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적어도 노화에 따른 기억감퇴에 있어서는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여 다시 젊어진다는 신비의 옹달샘이 아주 불가능 한 것만도 아닌 듯 싶다.

오일환(가톨릭대 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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