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번엔 홍걸씨인가

  • 입력 2002년 4월 10일 18시 24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보좌역을 지냈던 최규선(崔圭先)씨가 김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에게 대가성 없는 거액의 돈을 제공했다고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홍걸씨와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 최씨가 현 정권 들어 체육복표사업자 선정 등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형제처럼 지내온 사이라고 하지만 막대한 돈을 그냥 주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를 고발한 비서도 “최씨가 홍걸씨를 배경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특히 외화유치 과정에서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직동팀의 조사를 받게됐을 때 홍걸씨가 김 대통령에게 얘기해 줘 고맙게 생각하며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가.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수사에 간여했다는 엄청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홍일(弘一) 홍업(弘業)씨에 이어 홍걸씨까지 김 대통령의 세 아들이 모두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점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홍걸씨의 경우 친구와 ‘수상한 돈 거래’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홍업씨와 어쩌면 그렇게 닮았는지 모르겠다.

대통령 가족들과 주변에서 왜 이처럼 잡음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지, 상황이 이에 이르기까지 김 대통령과 청와대는 무엇을 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최씨의 얘기도 구체적인 만큼 모든 것이 명쾌하게 밝혀져야 한다. 홍걸씨에게 돈을 줬다면 어디서 났는지, 이권 개입은 없었는지, 사직동팀에 해줬다는 얘기는 무엇인지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다. 최씨가 차명계좌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한 사실도 드러난 만큼 이 계좌의 성격도 파헤쳐야 할 대목이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도 밝혀진 사실은 거의 없다는 게 국민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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