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홍업씨 10억원 무슨 돈인가

  • 입력 2002년 4월 9일 18시 25분


김홍업(金弘業)씨의 친구 김성환(金盛煥)씨가 운용한 100억원대의 자금 중 출처가 의심스러운 10억원의 성격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돈의 성격은 검찰에서 차차 밝혀지겠지만 현직 대통령이 만든 재단에서 건물 신축자금이 투명한 회계기록을 남겨두지 않고 아들과 아들 친구 사이를 오가는 식으로 처리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김홍업씨가 김성환씨에게 빌려줬다가 돌려받은 돈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으나 아태평화재단 쪽에서는 ‘단순히 빌린 돈’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후원금을 받아 운영하는 아태재단의 회계와 김홍업씨 개인의 회계는 명확하게 칸막이가 쳐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투명한 회계처리를 한 것은 법적 책임을 떠나서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일각에서는 이 돈이 97년 대선자금 잔여금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선자금 잔여금이라면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3년)가 지났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입을 맞추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대선을 치르고 남은 돈이라면 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되지 않은 돈을 김홍업씨가 갖고 있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국민회의의 후신인 민주당은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261억원 외에 실제로 얼마나 썼는지, 그리고 얼마가 남았는지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김성환씨가 특검이 수사를 할 때 잠적해 나타나지 않았던 것도 의구심을 키웠다. 검찰 수사에는 응할 모양이지만 떳떳한 돈이라면 왜 특검 수사 때는 행방을 감추었는지 궁금하다. 문제의 자금이 복잡한 돈 세탁 과정을 거치고 입출금이 빈번했다고 하지만 10억원이라는 뭉칫돈이 계좌를 통해 움직였기 때문에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한다면 대검 중앙수사부가 규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돈이 크건 작건 대통령이 만든 재단에서 대통령의 아들이 관련된 돈 문제는 한 점의 의혹을 남겨두지 않고 출처와 용처가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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