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1000P는 ‘마법의 숫자’ 아니다

  • 입력 2002년 4월 9일 17시 26분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 네자리 지수 시대가 시작되면 한국 증시는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맞을 수 있을까.

많은 투자자들이 지수가 1,000을 돌파하면 그것을 계기로 “한국 증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저항선은 일단 돌파만 하면 지지선으로 바뀐다’는 증시 격언을 떠올리면서 이번에 1,000 위로 올라서면 절대로 다시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증권가에는 ‘지수 1,000은 지수 999보다 단지 1이 높은 수치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네자리 지수의 의미〓1989년 말과 94년 초 지수가 1,000 직전에서 꺾인 적이 있었다. 이때만 해도 지수 1,000은 분명 ‘넘기 어려운 벽’으로 의미가 있는 숫자였다.

그러던 지수가 94년 중반 1,000을 돌파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드디어 역사적인 저항선을 돌파했다”며 지수 네자리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고 주가 상승도 지속돼 지수가 1,100선 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두 달여 만에 지수는 다시 1,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이때 지수 1,000은 전혀 지지선 역할을 못했다. 이후에도 3, 4차례나 지수는 1,000을 돌파했다가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한국 증시 역사상 지수가 네자리로 올라서면서 큰 저항을 받은 적도 별로 없고 반대로 세자리로 떨어지면서 별다른 지지를 받은 적도 없었던 셈.

▽이번에도 마찬가지〓곰곰 따져보면 ‘지수 1,000을 넘어서면 한국 증시 한 단계 업그레이드’ ‘1,000이 무너지면 한국 증시 대세 하락 시작’이라는 단순 도식은 성립하기 힘들다.

대세 상승장에서도 100∼150포인트 안팎의 조정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그 조정의 성격이지 숫자 1,000이 아니라는 지적.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1,000을 넘어도 언제든지 그 이하로 지수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아직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호전이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1,000 위로 올라섰다가 일시적으로 1,000선이 무너져도 그것이 튼실한 경제 구조 아래 이뤄지는 정상적인 조정이라면 언제든지 다시 1,000 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지적.

강성모 동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한국 증시의 업그레이드 여부는 지수 1,000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대기업 및 금융권의 위기 관리 능력 등 경제 구조가 얼마나 튼튼해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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