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회장님’ 송진우 개막 완봉쇼

  • 입력 2002년 4월 5일 17시 55분


지난 겨울 은퇴한 ‘철인’ 칼 립켄 주니어(42)가 미국 스포츠 팬의 사랑을 뛰어넘어 국민적 추앙을 받는 이유는 그가 단지 ‘야구 잘하는 잘 생긴 백인’인 때문만은 아니었다. 불혹을 넘겨서까지 연속경기 출전기록을 이어갔던 그는 모범적인 가정생활과 경기에 임하는 성실한 태도로 인종의 벽을 초월한 존경을 받았다.

▼경기상보▼

- 기아 4 : 1 두산
- 롯데 0 : 7 한화
- LG 5 : 11 삼성
- 현대 3 : 2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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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칼 립켄 주니어와 닮은꼴 선수가 있다. ‘영원한 회장님’ 한화 송진우(36). 그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선수협 초대 회장을 맡아 사분오열돼 있던 선수협을 하나로 이끌었다. 이제 어느덧 프로야구 왕고참 선수가 됐지만 조카뻘 후배도 혀를 내두르는 강훈련을 소화해내는 그의 공은 싱싱하기만 하다.

이런 송진우가 5일 대전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2안타 완봉승을 따내며 2002 프로야구의 화려한 개막을 알렸다.

8개 구단 에이스가 총출동한 이날 ‘에이스 중의 에이스’인 송진우의 투구는 거침이 없었다. 1회 1사후 김응국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아웃카운트 4개를 남겨둔 8회 2사까지 노히트노런의 역투. 8회 이대호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준 게 화근이었을까. 다음 타자인 최기문에게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으려고 한 게 실투가 됐고 가운데로 가는 안타로 연결됐다.

그러나 송진우는 다음 타자인 임재철을 3루 땅볼로 잡아 실점 위기를 막았고 9회도 1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노련함으로 완봉승만큼은 놓치지 않았다. 사상 7번째이자 93년 삼성 김상엽 이후 9년만의 개막전 완봉승.

한화는 송진우가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임수민이 2회와 4회 연속 적시타로 2점을 올리며 롯데 선발 문동환을 강판시켰고 백재호가 8회 쐐기를 박는 1점홈런을 날리는 등 7-0으로 대승.

나머지 3개 구장에선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타자들이 나란히 역전 결승타를 터뜨려 개막전 열기를 더욱 뜨겁게 했다.

먼저 대구구장. 삼성은 에이스 임창용의 난조로 고전했지만 이승엽이 1-1로 동점인 5회 1타점 2루타, 3-3으로 다시 동점이 된 6회 2타점 역전 3루타를 날려 팀의 11-6 대승을 이끌었다.

잠실에선 기아가 6회 이종범의 역전 2루타에 힘입어 3년 연속 개막전에서 맞붙은 두산을 4-1로 꺾고 2000년과 지난해 연패의 빚을 갚았다.

수원경기는 현대가 2-2로 연장에 들어간 10회말 1사 2루에서 박재홍이 끝내기 2루타를 터뜨린 데 힘입어 짜릿한 첫 승을 올렸다.

이날 개막전은 잠실과 대구구장이 3년 연속 만원 관중을 기록하는 등 총 6만938명의 유료관중이 입장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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