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념논쟁 격돌]李 "盧,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 발언"

  • 입력 2002년 4월 3일 18시 04분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후보는 3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향해 대한민국 건국 역사관 및 통일 이후 체제 문제,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 3개 사항에 대한 현재의 생각을 물으면서 이념공세를 계속했다.

이에 노 후보 측은 “극우 냉전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는 이 후보는 차라리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 나서라”고 반격했다.

또 이 후보 측의 김윤수(金允秀) 공보특보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기자실에서 노 후보 장인이 6·25 당시 부역을 해 18년간 복역한 전력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서도 노 후보 측은 이미 노 후보가 오래 전에 출간한 자전에세이에서도 밝힌 내용을 다시 문제삼는 것은 비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민국 건국 역사관 논란〓이 후보는 지난해 11월8일 노 후보의 안동시민학교 특강 내용을 인용하며 노 후보의 역사관을 문제삼았다.

특강 요지는 ‘그 당시(광복 직후) 소련을 등에 업고 공산주의 국가를 세우려는 세력과 미국을 등에 업고 자본주의 국가를 세우려는 세력이 극한 대립하는 상황에서 민족의 통일과 자주독립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던 중도통합세력들은 모조리 패배해 버렸다’는 것.

이 후보는 “이는 헌법이 규정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수정주의 사관’이자 남한과 북한을 등가(等價)로 평가한 것으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역사관”이라며 “대한민국 정통성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밝히라”고 공격했다.

노 후보 측의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는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수구 냉전적 사고에서 비롯되는 한나라당식 문제제기이므로 답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통일 이후 체제 문제〓이 후보는 노 후보가 2000년 한 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통일 이후의 체제를 자유민주주의로 해야 한다거나 남북회담의 과정에서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거나 하는 소모적인 체제논쟁은 그만둬야 한다’고 밝힌 것을 문제삼았다.

그는 “노 후보의 글은 통일 이후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가치나 정체성이 다른 것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며 “노 후보는 어떤 가치와 질서로 통일 논의를 진행해 가야 하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유 특보는 “이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와 똑같은 마인드를 갖고 공격하는데, 1중대와 2중대의 지저분한 구시대적 색깔 공세에 국민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며 양쪽을 싸잡아 비난했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이 후보는 “노 후보가 90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성명서에 서명했다”는 점을 거듭 제기하면서 노 후보는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된 현재의 확고한 내면의 주장을 국민 앞에 밝히라고 요구했다.

노 후보는 “91년 통합민주당 대변인이 된 뒤 김대중(金大中) 당시 총재와의 토론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는 외교현실을 고려해야 하는 공당으로서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 조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통일 후에도 지금과 같은 안보적 대치구도가 유지된다면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노 후보 장인의 부역 문제〓김 특보는 “노 후보의 장인이 6·25 때 부역을 한 혐의로 1953년 체포돼 1971년 마산교도소에서 사망했다”며 노 후보 장인의 호적등본을 제시했다.

경북 지역을 순회 중이던 노 후보는 기자들에게 “이는 94년 출간한 자전에세이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며 “장인은 내가 결혼(1973년)하기 전에 감옥에서 돌아가셨고, 그래서 연좌제가 있었던 1977년 당시 판사로 임용됐을 때 문제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런 것을 문제삼는 것 자체가 극우적 시각이다”고 반박했다.

구미〓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대구〓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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