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스파이 게임' 中교도소 갇힌 CIA동료를 구하라

  • 입력 2002년 3월 14일 17시 42분


미국 워싱턴의 사무실에 앉아 혼자서 24시간 이내에 중국 교도소에 갇힌 동료를 구출해 낼 수 있을까?

토니 스콧 감독은 ‘스파이 게임’(Spy Game)에서 이처럼 기상천외하고 황당한 ‘원거리 구출작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30년간의 CIA요원 생활을 하루 남긴 뮈어(로버트 레드포드)는 홍콩에서 전화를 받는다. 옛날 자신이 데리고 있던 부하 요원 비숍(브래드 피트)가 중국 교도소에 갇혀 24시간 후 처형될 예정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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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간부들은 뮈어에게 비숍과의 만남, 활동 내역 등을 캐묻고 이 과정에서 뮈어는 CIA가 미국과 중국 외교 관계상 미묘한 시기임을 감안해 비숍을 포기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뮈어는 간부 요원에게 증언을 하는 틈틈이 혼자서 몰래 비숍 구출 작전을 시작한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작전이지만, 뮈어는 불과 전화 몇 통과 두 장의 위성 사진, 위조 서류 한장만으로 이를 처리해 낸다. 영화 제목 그대로 스콧 감독은 관객들에게 ‘게임’을 걸어오고 있는 것.

증언 과정에서 영화는 과거 회상 방식으로 75년 베트남전쟁에서 시작해, 미국, 중국,독일, 레바논 등 국제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남자의 30년에 가까운 우정을 보여준다.

뮈어는 일찌감치 비숍의 천부적인 스파이 재능을 알아보고 그에게 요원이 되기 위한 세세한 수칙까지 모두 가르친다. 껌, 포켓 나이프, 그리고 표정관리는 필수, 말붙일 때 필수품인 담배도 챙겨라, 한번 본 장소와 사람의 의상을 잊지 말 것, 눈에 보이는 동시에 분석을 시작할 것 등…. 스파이들의 세계를 엿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 제3세계에서 미국 CIA요원들이 벌였던 공작도.

무엇보다 뮈어는 아끼는 ‘부사수’에게 가장 중요한 규칙을 알려준다. 늙을 때를 대비해 돈을 모으고 절대 다른 사람을 위해 쓰지 말 것. 그러나 뮈어는 스스로 이 규칙을 깬다.

직전 작품이었던 ‘라스트 캐슬’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준 레드포드는 이 영화에서는 멋진 모습과 연기를 다시 보여준다. 대부분 회상 장면에서만 등장하는 브래드 피트는 흡사 젊은 시절의 레드포드를 떠올리게 하며 멋진 콤비를 이뤘다.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이 대사!

#스파이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단적인 대사. ‘사수’인 뮈어가 여자에게 말을 건 ‘부사수’ 비숍에게 정보요원으로서 허술한 행동을 지적해주는 장면.

뮈어: 자넨 한번에 네가지 정보를 저 여자에게 흘렸어.

비숍: 전 그저 저 여자에게 옷을 어디서 샀는지 물어본 것 뿐인데요.

뮈어: 첫째 자신이 게이가 아니라는 것, 둘째 애인이 있다는 점, 셋째 애인의 생일이라는 점, 넷째 옷을 보는 안목이 없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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