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리랑축전에 관광객 가야 하나

  • 입력 2002년 3월 11일 19시 21분


북측이 4월 말부터 두 달간 평양에서 열리는 아리랑축전 준비에 본격 나서려는 모양이다. 엊그제는 비공식적인 것이지만 “남측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하루 10회 정도의 서울∼평양간 항공기 운항을 희망한다”는 북측 관광당국 관계자의 말도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는 남측 관광객이 이 행사에 대거 참가하도록 정부가 허용하는 것은 말 그대로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북측이 이 문제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정부가 지금까지 취해온 대북 입장으로 볼 때 북측이 모종의 제안을 해오면 이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예의 ‘햇볕 논리’가 다시 나오리라는 것인데, 이번 경우는 그 ‘여파’가 좀 다를 수도 있다는 게 우리의 걱정이다.

우선 특등석이 300달러에 달한다는 값비싼 입장료를 내고서 얼마나 많은 우리 국민이 ‘아리랑’ 관람을 희망할지부터가 의문이지만, 정부가 그런 비싼 입장료를 용인하면서 우리 국민의 참관을 허용하는 것은 또 한 차례 퍼주기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더욱이 아리랑축전은 북측의 올해 3대 경축행사인 김일성 출생 90주년, 김정일 출생 60주년, 창군 70주년과 무관하지 않은 정치성이 강한 행사다. 특히 주민 10만명 이상이 동원되는 대규모 공연이 체제 선전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굳이 이런 것을 보기 위해 돈을 내고 평양에 가야 하느냐는 시비가 나올 수도 있다. 이 행사가 우리 측의 월드컵 행사 기간과 겹친다는 점 또한 북측의 ‘의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아리랑축전이 남남 갈등과 대북 퍼주기의 또 다른 사례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북측 역시 당면한 경제난을 덜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만 이 같은 행사를 계획한 것이라면 그것은 또 한 차례 실패를 준비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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