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작년 ‘꼴찌’동양, 감격의 우승 헹가래

  • 입력 2002년 3월 3일 17시 53분


SK 나이츠의 에릭 마틴(왼쪽)이 모비스 딜론 터너의 밀착 마크를 제치며 드리블하고 있다.
SK 나이츠의 에릭 마틴(왼쪽)이 모비스 딜론 터너의 밀착 마크를 제치며 드리블하고 있다.
동양 오리온스가 창단 후 6시즌 만에 처음으로 프로농구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동양은 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1∼2002애니콜 프로농구 정규리그 KCC 이지스전에서 전희철(18점)-김병철(16점) 콤비의 활약으로 연장접전 끝에 81-75로 승리하며 1위를 확정지었다.

전날 경기에서 2위 SK 나이츠가 SBS 스타즈에 패하는 바람에 ‘매직 넘버 1’이 됐던 동양은 이날 비록 지더라도 SK 나이츠가 패할 경우 자동적으로 1위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상황.

하지만 동양은 이날 적지에서 승리를 거둔 데다 어부지리가 아닌 자력 우승을 쟁취함에 따라 감격이 더했다.

우승을 목표로 한 동양의 출발은 산뜻했다. 전날 삼성 썬더스전에서 질 뻔했던 경기를 뒤집느라 힘이 떨어진 KCC를 맞아 주전들이 고른 득점을 올리며 1쿼터를 22-17로 앞섰다. 고비는 4쿼터들어 2분39초를 남기고 68-68 동점을 허용한 뒤. 이후 양팀 모두 몇 차례의 공격 기회를 무위로 돌리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연장들어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던 동양은 종료 1분을 남기고 김승현(13점 8어시스트)의 3점슛이 성공, 78-73으로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0연승으로 전신인 현대 걸리버스와 SK 나이츠가 세웠던 프로농구 최다연승 기록(11연승)에 1승을 남겼던 KCC는 이날 패배로 아쉽게 연승행진을 마감했다.

잠실에서는 나이츠가 연장 끝에 모비스 오토몬스를 85-81로 누르고 5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조상현(28점)과 서장훈(21점)이 공격을 이끈 나이츠는 최근 뒷돈을 요구하며 태업을 벌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마틴이 15점, 20리바운드로 모처럼 골 밑에서 버텼다.

창원경기에서는 LG 세이커스가 주전 5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챙기는 등 모처럼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며 SBS에 111-87로 승리,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코칭스태프가 코트에 복귀한 코리아텐더 푸르미는 SK 빅스에 86-85로 승리했고 삼보 엑써스는 삼성에 80-69로 승리, 73일만에 극적인 탈꼴찌에 성공했다.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우승비결은…특급선수 수혈+자신감 회복▼

“끝에서 끝을 오가며 정상에 올라 더 영광스럽고 기쁩니다.”

동양 김진 감독은 꿈에 그리던 정규리그 1위를 마침내 달성한 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힘든 시기 속에서도 더 이상 좌절할 수 없다는 각오로 선수들이 열심히 하며 서로 믿었던 덕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의 말대로 지난 시즌 꼴찌였던 동양이 올해 당당히 순위표 꼭대기를 차지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게 사실. 동양 프런트조차 시즌 초반 팀이 선두를 달릴 때에도 지난해 성적의 딱 절반인 5위가 목표라고 밝혔을 정도다.

동양이 이처럼 수직상승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도 자신감 회복이 큰 힘이었다. 힉스와 페리맨이라는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골밑을 확실하게 지켜줬고 신인 김승현의 가세로 허술하던 조직력이 살아났다. 전희철과 김병철은 스타 의식에서 벗어나 수비와 궂은 일을 거들며 새롭게 태어났다.

포지션 구분이 희미했던 동양은 역할이 확실하게 나눠지면서 비로소 전력에 안정을 가져왔다는 평가. ‘남의 집’ 신세였다 지난해 여름 전용 숙소와 체육관을 마련해 준 구단의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우리의 강점을 살려 꼭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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