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명단' 임의추가, 공개반대 의견 묵살당해

  • 입력 2002년 3월 1일 17시 19분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회장 김희선·金希宣 민주당 의원)은 친일행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자문했던 전문가들의 의견과 요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광복회에서 논란이 된 16명을 명단에 포함시켜 발표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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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전날인 지난달 27일 의원모임 자문위원회의를 주재한 조동걸(趙東杰) 전 국민대 교수는 “추가로 명단에 포함된 16명에 대해서는 이미 광복회가 확정한 692명과는 분명하게 다르다는 점은 자문위원 전원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또 “광복회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16명을 명단에 추가하는 문제를 놓고 자문위원 6명의 의견이 3대3으로 엇갈렸다”며 “명단을 발표할 경우 찬반 양론이 있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줄 것을 의원들에게 요구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명단 추가를 반대한 자문위원 3명은 ‘692명보다 친일 정도가 훨씬 심한 인사들은 놔둔 채 그 정도가 다른 16명을 발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원모임은 지난달 28일 ‘발표 과정에서 692명과 추가로 포함된 16명이 차이가 있으며, 자문위원회 논의과정에서 신중론이 제기됐다’고만 밝혔을 뿐 찬반양론이 팽팽했던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또 의원모임이 명단 선정과 발표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발표한 25명의 의원 중 일부 의원들은 권한을 위임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의원모임에 권한 위임장을 낸 것으로 공개된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원유철(元裕哲) 의원은 1일 “위임장을 써주거나 서명을 해준 사실이 없는데 내 이름이 들어갔다”며 “친일명단 선정 논의를 하는 줄도 몰랐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박상희(朴相熙) 의원은 “모임 측에서 위임장을 보내달라고 해 일반적인 회의인 줄 알고 보내줬다”며 “이런 내용인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한편 의원모임의 심의위원장을 맡았던 한나라당 서상섭(徐相燮) 의원은 “앞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관련 자료를 추적해 친일행적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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