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지수 1100? 유쾌한 상상…전문가들 "꿈은 아니다"

  • 입력 2002년 2월 19일 17시 31분



한국 증시의 ‘20년 묵은 한(恨)’과도 같은 종합주가지수 1100 선 돌파가 실현될 수 있을까. 최근 지수가 800 선에 바짝 다가서면서 역사적 최고점인 지수 1100 돌파 가능성에 대해 증시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수 1100 돌파는 지수 800이나 1000 돌파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이야기. 80년 기준으로 종합주가지수가 산출된 이후 22년 동안 최고점이 1138.75일 정도로 지수 1100은 ‘한국 증시의 한계’로 여겨지던 지수대다.

▽넘어야 할 변수〓전문가들은 지수 1100 돌파를 위해 해결돼야 할 전제로 크게 4가지를 꼽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의 심리. ‘한국 증시는 지수 400∼1100에서 움직인다’는 투자자의 관념이 너무 강하다. 지수가 1000을 넘었을 때에도 새로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나올지, 또 기존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우지 않고 있을지는 미지수.

한국 경제가 투자자에게 강한 확신을 줄 정도로 좋아질지도 관건. 한국 경제가 완전히 한 단계 더 올라섰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지수 1000대에서도 투자자들이 동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 현대투신 하이닉스 등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문제가 깔끔히 마무리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증시가 활황일 때마다 유무상 증자와 대규모 신규 상장 및 등록 탓에 주식 공급 물량이 크게 늘었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전제. 또 올해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와 복잡하게 얽힌 북-미 관계 등 여러 정치적 상황도 순조롭게 풀려야 한다.

▽전망〓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 일단 호황 때마다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았던 공급 물량 과잉 문제는 걱정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주형 동양종합금융증권 과장은 “과거처럼 대기업이 무분별한 증자로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관행이 많이 사라져 물량 부담은 덜해졌다”고 말했다.

박효진 신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다소 부정적인 입장. 그는 “지수 1100 돌파는 증시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과제이며 과연 올해 안에 한국 경제가 과거의 틀을 깨고 한 단계 이상 도약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성호 대우증권 전문위원은 “현재 기업 실적이 지수가 1028이었던 99년 연말 종가 당시보다 좋아진 상황이고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호전될 것이 예상돼 올해 안에 지수 최고 돌파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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