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정정웅/정신마저 태워버리는 담배…

  • 입력 2002년 2월 14일 18시 26분


설을 맞아 금연을 결심했다. 이유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전직 고교 교사로서 나는 학생들에게 공부 잘하는 비결은 ‘자존심을 기르는 것’이라고 늘 주장해왔다. 담배가 몸에 해로운 줄 알면서도 40년 가까이 끊지 못한 이유는 사람은 체질에 따라 흡연의 영향이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과 정신적·심리적으로는 흡연이 오히려 도움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내가 금연하게 된 것은 병상에 누워 있는 왕년의 코미디언이나 운동해설가의 참혹한 모습에 충격받아서이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우롱당하고 무시당하지 않아야겠다는 자존심에서였다.

그동안 흡연자들은 사회나 가정에서 ‘왕따’당하는 외로움을 참아왔는데 담뱃값은 일년 사이에 세 번에 걸쳐 대폭 인상돼 흡연자를 봉으로 취급했다. 더구나 국가재정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담배세가 흡연으로 인한 환자(폐암)의 치료비에는 쓰이지 않고 엉뚱한 곳에 지출돼 분노를 느끼게 했다.

이번에 담뱃값을 대폭 인상시킨 기관에서는 ‘200, 300원이 아니라 500원을 올린다해도 금연 호들갑은 작심삼일로 끝날 것’이라며 흡연자를 무시했다. 사람이 건강을 잃으면 육신만 병나지만 자존심을 잃으면 육신을 지배하는 영혼까지 잃게 된다. 이제 흡연자들은 건강과 영혼을 지키느냐 버리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으니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란다.

정정웅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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