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2월 14일 17시 4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주식시장이 설 연휴로 사흘간 휴장한 뒤 다시 문을 연 14일 주가가 기대 이상으로 폭등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그동안 시장의 발목을 잡던 걸림돌이 한꺼번에 해소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오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호재만 따져보자면 우선 미국 증시가 연휴 기간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연휴 마지막날에는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대에서 4%대로 상향조정했고 세계 신용평가기관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본격화할 움직임까지 가세했다.
▽해외 변수 호전이 이끌고〓그동안 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이었던 미국 시장이 부실회계 파문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크게 호전시켰다. 최성호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기업회계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미국시장을 진단했다.
한국 증시가 쉬는 동안 열린 미국 증시에서는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모두 8일과 11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각각 2% 안팎으로 오른 뒤 12일 약보합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조만간 디플레이션을 포괄적으로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으로 알려져 큰 해외 악재들이 조금씩 해소될 전망이다.
▽하이닉스 문제해결이 밀고〓해외 요인들이 분위기를 잡아놓은 상태에서 지수 폭등을 직접적으로 유발한 주역은 단연 하이닉스였다. 현정환 SK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매각되면 D램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돼 자연히 D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가 이날 10% 오르고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장 전반의 상승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것.
박재훈 동양종금증권 차장은 “이미 예상됐던 호재이긴 하지만 그동안 지루하게 끌어오던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만한 재료”라고 설명했다.
▽정작 하이닉스 주가는 침울〓하이닉스 매각 타결 가능성이 부각되자 가장 주목을 받은 업종은 역시 은행 업종이었다. 은행 업종 지수는 이날 8.07% 올라 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반도체주와 은행주들이 이렇게 신바람을 내는 동안 정작 당사자인 하이닉스의 주가는 6% 가량 하락했다.
매각 대금을 받아도 모두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므로 하이닉스 자체의 자금 여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 또한 메모리 부문을 매각하고 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메모리 부문만 남아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시장에서는 포항제철 신세계 등 수출 관련주와 내수주 가운데 대표 종목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와 관련, 박재훈 차장은 “소비가 경기를 꾸준히 받쳐주고 있고 수출도 서서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앞으로 지수가 안정적으로 흐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