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이 퍼줄 때 北은 핵개발

  • 입력 2002년 2월 1일 18시 27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북한은 작년에도 핵무기 개발 기술을 확보하려고 했으며 탄도미사일 장비와 기술을 여전히 중동과 남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역에 수출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 관심을 끌고 있다. CIA는 또 북한이 최소한 1, 2개의 핵무기를 만들 만한 플루토늄을 생산해 왔으며 미사일 탄두로 생화학 무기를 발사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CIA의 이 같은 북한에 대한 평가는 현 정부의 대북(對北)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CIA가 그동안 북한 핵 문제에 대해 해온 분석이나 정보 수집 능력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그 정확성은 상당히 신뢰할 수 있다. 햇볕정책의 ‘효능’만 믿고 북한이 하자는 대로 따라 간 정부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선의로 돕고 퍼줄 때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미사일 장사를 한 셈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이나 행정부 관리들이 북한을 ‘탄도미사일 장사꾼’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 이해가 된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진의는 그런 게 아니고 일반적인 현상을 말했을 뿐’이라고 애써 변명하거나 뜻을 흐리게 하면 더욱 어색하게 보일 뿐이다. 한미(韓美) 공조를 굳건히 유지하기 위해서도 부시 행정부가 취하고 있는 대북정책의 방향과 핵심을 정확히 읽을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 같은 미국 측 주장에 대해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맞대응하고 있으나 그런 태도로는 국제적인 신뢰를 얻기 어렵다. 90년대 초반 핵문제가 처음 불거진 이후 북한 측이 한 ‘믿을 수 없는 행동’은 국제사회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그때처럼 벼랑끝전술이나 억지를 쓰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고립만 자초한다.

국제사회는 평양당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세히 북한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북한 스스로가 모든 것을 투명하게 드러내놓고 협상으로 나와야 국면 타개의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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