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弘業-KBS부장-李容湖 커넥션 진실은…

  • 입력 2002년 1월 28일 19시 28분


“KBS 이모 부장(44)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씨의 ‘집사’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홍업씨를 만나려면 그를 통해야 한다는 말이 파다했습니다.”

지앤지(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의 한 측근은 이씨가 이 부장과 함께 5억원이 입금된 차명계좌를 통해 주식 거래를 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측근은 이씨가 지난해 9월 검찰에 구속되기 직전까지 3∼4개월 동안 그와 각별하게 지냈으며 그 과정에서 이씨와 이 부장의 밀접한 관계를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홍업씨의 한 측근도 “이 부장은 호남 출신인데 몇년 전부터 가끔 아태재단을 찾아와 홍업씨를 만나고 식사도 함께하면서 ‘언론 개혁’ 등의 주장을 폈다”고 전했다. 이 부장은 정치권과 언론계 등에 홍업씨의 측근으로 행세하고 다녔고 실제로 그를 통해 홍업씨에게 줄을 대려고 한 사람들이 이용호씨 외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금까지 드러난 이씨의 언행과 이씨와 이 부장의 관계를 감안하면 이씨 입장에서 이 부장과 홍업씨가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고 믿을 만한 근거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철저하게 ‘주고받는’ 성향이어서 동료 사업자 여러 명과 적지 않은 마찰을 빚었고 그에 따른 갖가지 송사에 휘말려왔다.

따라서 이씨가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이 부장에게 1000만원을 준 뒤 또 자기 돈 5억원으로 함께 주식투자를 했을 리 만무하다는 것.

이씨가 거액을 예치했던 은행의 관계자들이 이씨에게서 “높은 분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는 것도 이씨, 이 부장, 홍업씨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특검팀의 수사가 김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 등 이용호씨의 배후를 향해 가는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한 이달 초 이 부장이 해외로 출국한 점도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홍업씨 측은 “이용호씨와 일면식도 없고 이 부장에게서 청탁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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